우리나라가 추력(推力, 발사체를 밀어올리는 힘) 30t급 우주발사체용 액체연료 로켓엔진 개발을 완료하고 한국형발사체(KSLV-II)를 위한 75t급 액체엔진 본격 개발에 들어간다.

박태학(朴泰鶴·56) 한국형발사체 사업단장은 20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지난 1년간 기술검토를 통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개발한 30t 액체엔진 기술과 개발인력으로 충분히 한국형발사체의 75t 액체엔진을 개발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박태학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단장은 “우리가 독자 개발하는 한국형발사체 개발에는 국내 기업들이 초기 설계단계부터 참여하도록 할 것”이라며 “국내 개발이 힘든 일부 부품은 우크라이나로부터 도입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2021년까지 1조5499억원을 들여 아리랑위성과 같은 무게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 상공 600~800㎞에 쏘아 올릴 3단 로켓형 한국형발사체를 국내 기술로 개발할 계획이다. 1단은 75t 엔진 4개를 묶은 추력 300t이 되며, 2단과 3단에는 각각 75t과 5~10t 액체엔진이 하나씩 들어간다. 박 단장은 "나로호에서 보듯 이제는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우주 발사체(로켓) 기술을 넘겨줄 나라는 없다"며 "우리 힘으로 만드는 길뿐"이라고 말했다.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단은 항우연에서 독립된 산·학·연 개방형 연구조직이라고 한다. 어떤 차이가 있나.

"나로호는 항우연이 설계하고 기업이 제작 용역을 맡는 식이었지만, 한국형발사체는 초기 설계 단계부터 기업과 함께 하겠다. 2021년까지 1조5499억원 예산 중 1조2000억원 정도가 현대중공업·한화·대한항공·삼성테크윈 등 참여 기업으로 갈 것이다."

―기업으로선 수익이 있어야 참여할 텐데.

"위성 발사 수요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기업이 참여하면 발사체의 상용화가 빨리 될 것이다. 대학에서 배출되는 인력을 기업이 흡수해야 우주개발 인력도 충분하게 확보할 수 있다."

―우주발사체의 핵심인 액체연료 로켓 엔진 기술이 있나.

"2002년 국내 첫 액체로켓인 추력 13t급 'KSR-3' 발사에 성공했다. 이후 30t 엔진의 핵심 부분을 다 개발했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75t 엔진을 만들겠다."

―30t 엔진에서 바로 75t으로 갈 수 있나.

"30t 개발했으면 다음엔 50t, 60t 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여유가 있으면 모를까, 30t 엔진은 이제 관두고 바로 75t으로 갈 것이다."

―발사체 선진국과의 협력도 모색할 것인가.

"미국과 유럽은 가격을 너무 높게 부른다. 일본·중국·인도는 우리에게 기술을 넘길 생각이 없거나 국제조약이 걸림돌이 된다. 협력이 가능한 나라는 러시아우크라이나뿐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유즈노에(무궁화위성 발사체인 제니트와 아리랑5호 발사체인 드네프르 개발사)와 기술 도입을 위해 집중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독자 개발이 아니지 않은가.

"세상에 100% 독자개발은 세상 어디에도 없고 할 필요도 없다. 작은 부품 하나 때문에 국내에 공장 만들면 망한다. 엔진이나 연소시험시설처럼 돈 줘도 주지 않는 것만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국내외 보도에서 러시아의 탄도미사일과 우주발사체 엔진을 국내에 들여왔거나 도입을 시도했다고 하는데.

"그런 얘기 들어보기는 했지만 사실 여부는 극소수 사람들만 알 것이다. 그들이 알아도 말하지 못하지 않겠나."

―해외에서는 한국형발사체가 무기로 전용될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무기에선 세계 1등만 존재한다. 2~3등은 필요 없다. 탄도미사일로 쓰려면 언제든 발사가 가능한 고체연료로켓이어야 한다. 한국형발사체는 액체연료로켓이다."

―평생 무기 개발에 참여했는데 우주발사체 개발로 돌아선 이유는.

"나로호 1·2차 발사 실패 원인 분석에 참여했다. 그때 사람들이 미쳤다고 할 정도로 휴일, 명절 없이 미친 듯이 일했다. 아무런 보상도 없었지만 '우주'라는 단어가 너무 매력적이었다.

―나로호와 한국형발사체의 연계성은 있나.

"1단 로켓 외엔 다 해봤으니 도움이 된다. 발사장과 발사대 건설 경험도 활용할 수 있다. 나로우주센터도 확장만 하면 쓸 수 있다."

박 단장은 경북대에서 기계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78년부터 올해까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유도무기(미사일) 개발을 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