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이라는 네 글자가 무서운가 봅니다."(금융위원회 관계자)

금융 당국이 정상 영업 중인 저축은행에 공적자금인 금융안정기금을 제공하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저축은행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금 지원을 받아 자본을 확충하면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금융 당국이 설명하고 있지만, 저축은행들은 "공적자금을 받은 곳이라는 낙인이 찍혀 평판이 떨어진다"며 외면하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초 전국 85개 저축은행 경영 진단을 시작하기에 앞서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 이상 10% 미만으로 나오게 될 저축은행에 원한다면 금융안정기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옥석(玉石) 가리기를 통과해서 퇴출을 면한 저축은행은 확실하게 도와주겠다는 취지였다.

경영 진단 결과 금융안정기금 신청 대상인 저축은행(BIS 비율 5~10%)은 모두 24곳으로 나타났으며, 이 저축은행들을 대상으로 금융위와 정책금융공사는 금융안정기금을 가져다 쓸 것을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불과 1~2개 저축은행만 관심을 표시하고 있을 뿐 대다수 저축은행이 주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 있는 한 저축은행 이사는 "금융안정기금을 받으면 당국이 사사건건 간섭해서 경영권을 제약할 게 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금융안정기금을 받으면 연 8~9% 이자를 내야 한다는 점과 지원받는 금융안정기금 액수만큼 대주주가 외부에서 투자금을 끌어와야 한다는 '1대 1 매칭 규정'도 저축은행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