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3G) 통신 기술을 무기로 애플의 아이폰·아이패드 판매금지 조치를 이끌어내려던 삼성전자(005930)의 계획에 급제동이 걸렸다. 네덜란드 법원이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3G 통신 기술은 삼성전자가 프랑스·이탈리아에서 제기한 '아이폰4S'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의 근거이기 때문에 이 역시 승소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13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은 삼성전자가 자사의 특허기술을 애플이 침해했다며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기각했다. 헤이그 법원은 "삼성이 특허 침해를 주장하는 기술은 이미 산업계에서 국제표준이 된 '필수적 특허 기술'이어서 이른바 '프랜드' 방식으로 누구에게나 제공할 의무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프랜드는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을 줄인 말로, 특허가 없는 업체가 표준특허로 우선 제품을 만든 다음 나중에 특허 사용료를 낼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표준특허권자가 무리한 요구를 해 경쟁사의 제품 생산이나 시장 진입을 방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약자 보호 제도다.
법원은 "삼성은 지난 1988년 프랜드 선언을 하며 이 기술의 특허 사용권을 프랜드 방식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따라서 특허 침해를 이유로 판매를 금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네덜란드에서 아이폰·아이패드를 계속해서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네덜란드 법원의 결정에 따라 애플의 디자인 특허 공세에 맞서 3G 통신기술을 무기로 앞세웠던 삼성전자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4일(현지시각) 애플이 아이폰4S를 발표 하자마자 프랑스·이탈리아에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 때 소송 근거로 사용된 특허 역시 3G 통신과 관계된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특허 공방에서도 삼성전자는 유사한 기술을 특허 침해 주장의 근거로 쓰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네덜란드 법원이 특허권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본안 소송에서 승리해 애플로부터 적정한 로열티를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본안 소송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프랜드' 조항이 다른 나라의 소송에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 "나라별로 관련 조항의 적용 여부 및 방식이 다르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