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1876년 일본과 강화도 조약을 맺고 타의에 의해 대외 빗장을 연 지 135년이 지났다. 12일(현지시각) 미국 의회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은 세계 최악의 변방 국가 한국이 세계 경제규모의 61%를 차지하는 지역들과 자유롭게 통상하고, 서구 전체와 자유 통상하는 통상 대국으로 발돋움했음을 의미하는 역사적 사건이다.

韓·美정상 워싱턴 불고기 회담… 이명박 대통령(오른쪽)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왼쪽)이 12일 저녁(현지시각) 미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타이슨즈 코너에 있는 한식당‘우래옥’에서 비공식 만찬을 들고 있다. 만찬 장소는 원래 백악관으로 예정돼 있었으나“격의 없이 만나고 싶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이곳으로 전격 변경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불고기를, 배석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비빔밥을 주문했다.

기획재정부는 13일 "한·미 FTA가 발효되면 우리나라의 '경제 영토'는 세계 경제규모 대비 36.5%에서 60.9%로 확대된다"며 "이에 따라 칠레·멕시코에 이어 세 번째로 넓은 경제 영토를 가진 나라로 도약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 영토란 마치 국내에서 거래하는 것처럼 관세 없이 무역을 할 수 있는 지역으로 전 세계 GDP(약 60조달러) 중에서 그 나라와 FTA를 맺은 나라들의 GDP 비중으로 따진다.

지금까지 한국의 경제 영토는 FTA를 맺은 EU(유럽연합)·칠레·페루·인도·아세안 등의 GDP를 더해 전 세계 GDP의 36.5%였는데, 여기에 미국의 24.4%(14조7000억달러)를 더해 단숨에 60.9%가 된다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는 전 세계 10대 교역국 중에서 처음으로 EU·미국 등 서구 제국과 동시에 FTA를 맺는 나라가 된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금융 위기로 타격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세계 최대의 선진 시장을 자랑하는 미국 시장을 일본·중국 등을 제치고 선점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이라며 "과거 아시아 변방 국가였지만 앞으로 서구 전체와 자유롭게 통상을 할 수 있는 세계적인 통상 국가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FTA는 스피드가 관건이다. 한·미 FTA가 늦게 체결되면 다른 나라도 미국과 FTA를 체결하게 돼 우리나라가 경쟁국보다 낮은 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특혜의 기간이 단축될 수밖에 없다. 이번에 미국 의회가 전격적으로 한·미 FTA를 비준한 만큼, 이제 한국도 FTA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 우리 국회의 발 빠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글로벌 재정위기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보호무역주의가 발흥할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한·미 FTA를 빨리 발효시키는 게 우리 국익에 중요하다"며 "일본·중국 등 우리 경쟁국도 몇 년 후 미국·EU와 FTA를 체결할 텐데 그전에 미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정부와 국회가 스피드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