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1876년 일본과 강화도 조약을 맺고 타의에 의해 대외 빗장을 연 지 135년이 지났다. 12일(현지시각) 미국 의회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은 세계 최악의 변방 국가 한국이 세계 경제규모의 61%를 차지하는 지역들과 자유롭게 통상하고, 서구 전체와 자유 통상하는 통상 대국으로 발돋움했음을 의미하는 역사적 사건이다.
기획재정부는 13일 "한·미 FTA가 발효되면 우리나라의 '경제 영토'는 세계 경제규모 대비 36.5%에서 60.9%로 확대된다"며 "이에 따라 칠레·멕시코에 이어 세 번째로 넓은 경제 영토를 가진 나라로 도약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 영토란 마치 국내에서 거래하는 것처럼 관세 없이 무역을 할 수 있는 지역으로 전 세계 GDP(약 60조달러) 중에서 그 나라와 FTA를 맺은 나라들의 GDP 비중으로 따진다.
지금까지 한국의 경제 영토는 FTA를 맺은 EU(유럽연합)·칠레·페루·인도·아세안 등의 GDP를 더해 전 세계 GDP의 36.5%였는데, 여기에 미국의 24.4%(14조7000억달러)를 더해 단숨에 60.9%가 된다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는 전 세계 10대 교역국 중에서 처음으로 EU·미국 등 서구 제국과 동시에 FTA를 맺는 나라가 된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금융 위기로 타격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세계 최대의 선진 시장을 자랑하는 미국 시장을 일본·중국 등을 제치고 선점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이라며 "과거 아시아 변방 국가였지만 앞으로 서구 전체와 자유롭게 통상을 할 수 있는 세계적인 통상 국가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FTA는 스피드가 관건이다. 한·미 FTA가 늦게 체결되면 다른 나라도 미국과 FTA를 체결하게 돼 우리나라가 경쟁국보다 낮은 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특혜의 기간이 단축될 수밖에 없다. 이번에 미국 의회가 전격적으로 한·미 FTA를 비준한 만큼, 이제 한국도 FTA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 우리 국회의 발 빠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글로벌 재정위기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보호무역주의가 발흥할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한·미 FTA를 빨리 발효시키는 게 우리 국익에 중요하다"며 "일본·중국 등 우리 경쟁국도 몇 년 후 미국·EU와 FTA를 체결할 텐데 그전에 미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정부와 국회가 스피드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