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실업률'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국의 실업률이 다른 나라보다 낮은 건 일종의 '통계 착시' 때문이다. 통계청은 우리나라 15세 이상을 취업자, 실업자, 비(非)경제활동인구 등 3가지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사실상 실업자'가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고 비경제활동인구에 숨어 있어 실업률을 낮추는 원인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유 1=청년·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낮다

한국 청년층(15~24세)의 경제활동참가율(15세 이상 중 경제활동인구의 비율, 2009년)은 25.4%이다. OECD 평균(48.5%)의 절반밖에 안 된다. 다른 나라에서는 한창 취업 전선에 나서는 연령대의 젊은이들이 한국에선 학생·군인 신분이어서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일하는 여성과 청년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것이 우리나라 실업률을 낮아 보이게 하는'착시효과'를 일으킨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채용박람회를 찾은 주부들이 구인정보판을 살펴보는 모습.

집에서 육아나 가사를 담당하는 여성이 다른 나라보다 많은 것도 마찬가지 이유로 한국의 실업률을 끌어내린다. 우리나라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53.9%에 그쳐 OECD 평균(61.3%)보다 낮다.

◇이유 2=자영업자·농어업 종사자가 많다

휴대전화 대리점을 했던 권일환(39)씨는 지난여름 가게를 접고, 프랜차이즈 음식점 사업설명회를 찾아다닌다. 하지만 권씨는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통계상 실업자에 포함되려면 '조사 전 4주간 일자리를 찾아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했던 사람'이어야 한다. 권씨는 이력서를 쓰는 등의 구직 활동을 안 했기 때문에 통계상 실업자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31.3%(2008년)로, OECD 평균(15.8%)의 2배에 육박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농민이 농한기(農閑期)에 하는 일이 없어지면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것도 우리나라의 실업률이 낮은 한 원인"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취업자 중 농림어업 종사자 비중은 7.4%로, 일본(4.2%)과 미국(1.4%)보다 높다.

◇이유 3=엉성한 통계와 사회안전망도 문제

고시원을 전전하며 취직 준비에 매달리는 사람들도 실업 통계에서 빠진다. 고용 통계 조사의 표본이 되는 전국 3만2000가구에 고시원·기숙사 등은 포함되지 않고, 아파트·단독주택·원룸 등 독립된 가구만 조사한다. 전국 고시원 수는 6100여곳(2009년 기준)에 달한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비정규직이 많아 실업률이 낮게 나온다는 분석도 있다. 유경준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없는 비정규직은 실업자 신고를 할 이유가 없다"며 "고용보험 가입률만 높이면 실업률을 보다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현실적인 실업률보다는 고용률(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고용시장을 더 잘 반영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고용률은 63.3%였다. 15세 이상 인구 중 이런저런 이유로 일자리가 없는 사람이 10명 중 4명쯤 된다는 뜻이다. 지표상 실업률은 우리나라가 낮지만, 고용률은 일본(70.1%), 미국(66.7%)을 따라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