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아파트의 대명사로 꼽히면서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큰 인기를 끌었던 주상복합 아파트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찾는 사람이 줄면서 올해 공급량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12일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 3분기(1~9월)에 수도권에서 분양한 주상복합 아파트는 859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닥터아파트가 조사를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적은 물량으로 2003년 9848가구의 10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2500여 가구 줄었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장은 “최근 주상복합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공급물량도 줄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주상복합 아파트는 단지 주민들만 이용할 수 있는 주민 공동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높은 인기를 끌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은 “수영장, 골프연습장과 같은 편의시설은 주상복합 아파트가 주거지역으로는 열악한 상업지역에 들어선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도입한 것인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상복합 아파트의 전유물이었던 편의시설을 일반 아파트도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주상복합 아파트의 인기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박 수석팀장은 "주상복합 아파트의 희소성이 사라지면서 환기가 잘 안 된다거나 관리비가 비싸다는 단점이 부각되기 시작해 인기가 시들해졌다"고 말했다.

올해 수도권에서 공급된 주상복합 아파트 사업장은 총 4개로 서울 서동구 행당동에 들어서는 495가구 규모의 '서울숲 더샵'만 모집인원을 다 채웠고 나머지 3개 사업장은 평균 청약경쟁률이 최고 0.15대 1을 넘지 못했다.

300가구 미만으로 구성된 주상복합 아파트는 일반 아파트와 전용면적 산정 기준이 달라 통상 같은 면적의 일반 아파트보다 주거 전용면적(복도·계단 등 공용면적을 뺀 실제 사용면적)이 작은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주택법의 적용을 받는 일반 아파트는 '외벽의 내부선(실내 공간에 접한 선)'을 기준으로 주거 전용면적을 산정한다. 반면 건축법의 적용을 받는 300가구 미만의 주상복합 아파트는 별다른 규정이 없고 일반적으로 외벽의 중심선으로 주거 전용면적을 산정해 왔다.

만약 외벽의 두께가 1m라면 내부선을 기준으로 할 때와 중심선을 기준으로 할 때 외벽을 둘러싸고 50㎝씩 차이가 생긴다. 이 때문에 주상복합 아파트와 일반 아파트의 분양면적(주거 전용면적과 공용면적의 합)이 똑같아도 주거 전용면적은 일반 아파트가 더 넓어지게 된다.

이영호 소장은 "주상복합 아파트는 초고층으로 지어져 조망이 좋고 부대시설을 잘 갖춘 장점이 있지만,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떨어져 주택경기 불황기에는 악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