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유명 대학의 법대를 졸업한 김모(27)씨는 지난 3월 공기업에 인턴으로 취업했다. 그토록 가길 원했던 대기업 취업은 아예 포기했다. 50여개 회사에 입사원서를 넣었지만 서류전형 합격도 10곳 정도에 그치고, 최종 면접을 본 곳도 고작 4곳이었다. 월 130만원의 인턴 월급을 받으면서 그가 노리는 것은 공기업 취업이다. 작년 인턴 중 10%가 공기업 정식 직원으로 합격했다. 그래서 그 10%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올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겪는다는 일본의 대졸자 고용률은 90%가 넘는다. 우리나라는 51%로 그보다 훨씬 낮다. 취업해도 비정규직과 임시·일용직이 대부분이다. 청년층의 대량 실업사태는 국가의 재앙이 된다. 세수(稅收)감소와 혼인 기피, 저출산 등 개인의 삶은 물론 국가 존립을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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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100만원 이하 대졸 취업자도 13%

올 대졸자 중 월급 100만원도 못 버는 사람이 8명 중 1명꼴이다. 대구의 모대학을 나와 서울의 한 레저회사에 계약직으로 들어간 이모(28)씨는 월 100만원을 받고 있다. 보너스도 없는 회사다. 그는 저녁이면 공무원 시험준비 학원으로 달려간다. 이씨는 "명문대 출신이 아니어서 그런지 연봉 1800만원인 회사도 계속 떨어졌다. 내년에 9급 공무원에 합격하지 못하면 나이가 많아져 다른 회사 취직도 힘든데…"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문대 졸업자들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올 전문대·기능대 졸업자의 취업률은 56%이다. 4년제 대학 51%보다 높다. 하지만 100만원 이하 월급쟁이가 4명 중의 한 명꼴이었다.

월급 200만원짜리 직장 잡기 버겁다

우리나라 20대는 고학력 세대다. 대졸자들은 누구나 대기업 취직과 3000만원 연봉을 꿈꾼다. 하지만 올 대졸자 중 월 200만원대 이상의 월급을 받는 사람은 겨우 37%이다. 10명 중 4명도 채 안 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대졸자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 직장가입자 월급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하면 20대 중 200만원대 이상은 고작 97만명이다. 200만원대 월급쟁이 75만명, 300만원대 이상 월급쟁이 22만명이다. 그러나 이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대졸자는 무려 175만명이다. 김삼용 중앙대교수는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할 획기적인 정부대책이 필요하고 취업 시기를 놓친 대졸자를 위한 정부 차원의 창업교육 시스템을 빨리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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