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기자

‘2010년 10월22일 F1 영암 국제자동차경주대회의 성대한 막이 올랐습니다’ 바람에 힘없이 쓸려 내려가는 광고지의 한 문구였다. 문구를 보아하니 작년에 버려진 쓰레기가 아직도 배회하고 있었다.

이 곳은 1주일 뒤(14~16일)면 전 세계 관람객 15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시속 300km를 넘는 F1머신들의 스피드쇼가 펼쳐질 전남 영암 F1 코리아 인터내셔널서킷(KIC). 대회 준비로 한창 바빠야 할 시간이지만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최근 내린 폭우로 군데군데 도로가 파여 있거나 벽을 뚫고 나온 잡초가 무성했다.

F1 조직위원회(위원장 박영준)는 2007년 12월 착공 이후 3년 9개월 만인 지난달 F1 국제자동차경주장에 대해 최종 준공 승인을 받았다. 작년 대회의 경우 관중석 공사가 개막 하루 전에야 마무리되는 등 미비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조직위는 작년을 교훈 삼아 올해는 편의시설 및 숙박, 교통, 경기장 인프라를 보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회 시작이 며칠 안남은 상황에서 찾은 경주장은 조직위이 과연 무엇을 ‘보강’했는지 알 수 없는 형국이다. 편의시설이 들어선다는 몇 개의 천막을 제외하곤 경주장 주변시설의 변화는 거의 없었다. 15만명의 인파가 몰린다는 이 대회에 과연 천막 몇 개가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 의문스럽다.

또 조직위는 교통대란을 막기 위해 여유도로를 확보했다고 하지만 실제 경주장과 이어지는 도로는 단 두 곳 뿐이다. 무영대교를 지나는 여유국도(2번국도)의 경우 기존 도로에 비해 30~40분을 돌아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사정은 숙박시설도 마찬가지다. 경기장을 30분 이내에 올 수 있는 호텔은 고작 한 곳뿐이다. 다른 숙박업소의 경우 인근 목포까지 나가야 한다. 작년 대회의 경우 평소 30분 정도 소요되는 목포에서 경주장까지 2시간 이상이 걸렸다. 대회 당일 전국에서 몰리는 교통량을 감안하면 교통대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조직위는 이번 대회에 해외관람객 1만명이 찾아올 것이라며 관람객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시설을 보강했다고 연일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본 모습은 도로나 주차공간, 편의시설 등 기본적인 인프라 확충조차 이뤄지지 않은 주먹구구식 임시방편 뿐이었다.

전남도청 관계자는 “사실 돈이 있어야 뭐라도 할텐데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은 한정돼 있어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을 못 쓴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내부적으로도 F1대회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고 털어놨다.

전남도와 조직위가 대회 수익금을 늘리고 전남도 브랜드 파워를 높여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의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이런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세계 수준의 경기운영 능력과 기본 인프라를 갖추는 게 기본이다.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이같은 목표는 허상에 불과할 뿐이다. 영암 F1 대회가 또다시 ‘엉성한 경기운영’이라는 국제적 불명예를 얻지 않으려면 전남도는 지금이라도 ‘진짜’ 보강작업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