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애플)에 잡스는 더 이상 없다…애플의 운명은?’

지난 8월 24일(현지시각)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한 스티브 잡스. 그는 그로부터 42일이 지난 뒤 세상을 떠났다. 짧은 시간 동안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기는 했지만 그의 모습은 지난달부터 볼 수 없었다.

사실 올 1월 잡스가 무기한 병가를 낸다고 발표할 때부터 전 세계 IT업계는 그의 건강상태가 더이상 업무를 계속하지 못할 정도로 악화됐다는 것을 감지했다. ‘아이패드2’나 ‘아이클라우드’ 발표 행사때 간혹 모습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그를 실제로 본 사람들은 ‘너무 쇠악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애플은 언제나 그랬듯 잡스의 건강 상태와 팀 쿡 CEO로의 전환 등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내놓은 적이 없다. 앞으로도 애플은 그동안 보여왔던 행태처럼 철저한 ‘비밀주의’를 무기로 전 세계 IT업계에서 군림할 것이다. 그렇다면 애플은 언제부터 ‘포스트 잡스’ 시대를 준비해왔고, 잡스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 예상은 했지만 그의 빈자리는 크다

지난 1976년 애플을 공동 창업한 잡스는 2000년대 들어 애플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었다. 그는 단순히 1명의 CEO라는 존재를 넘어 '아이팟' '아이튠스'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클라우드'로 이어지는 '아이'시리즈라는 제품으로 세상을 뒤흔든 천재적인 영감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더이상 애플에게서 이 같은 잡스식 영감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잡스는 자사 제품을 발표할 때 경쟁사를 독설로 직접 공격하는 것은 물론이고 회사의 전략부터 영업, 마케팅, 인사까지 직접 하나하나 챙기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잡스가 가진 또 하나의 장기는 강력한 마케팅 능력이다. 평범한 제품도 잡스가 포장하면 ‘뭔가 달라보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애플 제품 홍보·광고에 가장 효과가 큰 것은 신문·TV·인터넷 광고가 아닌 잡스의 설명이었다. 이는 애플의 ‘마법’으로 불리며, 잡스가 직접 제품 하나하나에 담긴 특성을 뚜렷한 음성으로 소개할 때마다 전 세계 고객들은 갈채를 보냈다. 하지만 애플이 4일(현지시각) 개최한 아이폰4S 발표행사때 잡스의 공백을 여실히 드러냈다. 제품 자체에 실망하기보다는 ‘잡스가 들고나온 아이폰’을 기대했던 전 세계 고객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것은 물론 설득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 9명의 천재집단 그들만의 마술을 보여줘야할 때

잡스는 최근 3년간 건강문제로 CEO 자리를 많이 비웠다. 어찌보면 애플은 이 기간동안 잡스가 없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하는 지 수차례 연습을 한 셈이다. 팀 쿡은 잡스 부재시 CEO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왔고, 그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 8월 잡스의 뒤를 이어 애플의 새로운 CEO가 됐다.

정확한 애플 내부의 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애플은 꽤 오랜 시간동안 후계 체제를 준비해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8년 3월 스티브 잡스가 공개석상에서 팀 쿡을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팀 쿡과 함께 애플을 이끄는 8명의 수석부사장단은 각자 담당분야에서 최고의 기량을 뽐내며 애플을 세계 최고의 기술기업으로 만들었다. 천재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와 재무담당 피터 오펜하이머, 마케팅 담당 필립 쉴러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애플이 한명의 절대자에 의존하는 체제에서 집단 경영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단기간에 위기를 맞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잡스를 중심으로 움직였던 경영진이 분열되거나 팀 쿡 CEO가 애플의 미래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한다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IT세계에서 급속한 몰락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터리서치의 찰스 골빈 애널리스트는 “당분간은 애플의 제품 전략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애플은 이미 차기작에 대한 준비를 상당히 끝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스마트폰·태블릿PC 뿐만 아니라 내년 중 공개가 예상되는 TV도 들어가 있다.

스트래터지 뉴스서비스의 CEO인 마크 앤더슨은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제품은 애플의 현재를 지탱하고 있지만, 5년 후 애플의 먹거리가 될만한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