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기술 특허로만 본다면 삼성전자는 혈기 왕성한 대학생, 애플은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유아원생에 비유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통신기술 특허의 양과 질에서 애플을 압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단일 기업으로는 세계 최다 수준인 이동통신 기술 특허를 가진 업체다. 예를 들어 시장조사업체인 체탄샤르마는 1993년부터 2011년까지 삼성전자가 미국과 유럽에서 1만1500여건의 이동통신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고 밝혔다. 세계 주요 기업 가운데 1위다. 31위인 애플은 이동통신 출원 특허가 1000개 미만으로 삼성전자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통신 기술 특허, 한국기업이 대학생이라면 애플은 유아원생

애플은 지난달 29일 네덜란드 법원에 삼성이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 공판에서 "삼성전자가 가진 특허를 사용하지 않으면 휴대전화를 만들 방법이 없지만 삼성전자가 너무 많은 특허료(제품 가격의 2.4%)를 달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특허가 질적으로도 우수하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2007년 말 휴대전화 제조업에 뛰어든 애플은 통신 기술에선 유아원생 수준이다. 지난 7월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RIM 등과 함께 캐나다 통신업체 노텔을 45억달러(5조4000억원)를 주고 사들인 이유도 통신 특허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1988년 첫 휴대폰 'SCH-100'을 발표한 이후로 23년 동안 이동통신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축적해 왔다. 현재 시장의 주류인 3세대(3G·Generation) 이동통신 기술에서 세계적 강자다. 애플이 만드는 스마트폰이 모두 3세대 제품이다. 앞으로도 애플은 꽤 긴 세월을 한국 기업의 통신 기술 특허 때문에 고생할 수밖에 없다. 이제 전 세계 이동통신 업체들이 막 서비스를 시작한 4세대(LTE·Long Term Evolution) 이동통신 기술의 최강자는 바로 LG전자다. LTE는 현재 주로 사용하는 3세대 이동통신 기술보다 전송 속도가 5배 빠른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br>서울 광화문의 휴대폰 판매 매장에서 한 고객이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을 양손에 들고 비교하고 있다.

최근 미국 투자회사 제프리스앤코는 전 세계 통신기업들이 보유한 LTE 특허 수량과 그 가치를 발표했다. 제프리스앤코는 "LG전자가 LTE 특허의 23%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가치가 79억달러(약 9조4800억원)로 업계 1위"라고 밝혔다. 2위는 LTE 특허의 21%(추정 가치 73억달러)를 보유한 퀄컴. 삼성전자는 약 3조7000억원(4위) 가치의 LTE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애플이 사들인 캐나다 통신업체 노텔은 4%를 보유하고 있다. 애플은 아예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애플의 장기 소프트웨어와 디자인

물론 애플을 무시할 수는 없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싸움은 프로복서와 레슬링 선수의 싸움에 비길 만하다. 두 회사의 무기와 장기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애플의 무기는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특허다. 독일·네덜란드 등 법원에서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승리를 거둬낸 것은 모두 소프트웨어와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애플은 1970년대부터 컴퓨터를 만들어왔다. 1984년에는 개인용 컴퓨터 중 최초로 마우스 클릭으로 조작하는 컴퓨터 '매킨토시'를 발표했다. 애플은 액정 모니터 화면 동작과 디자인에 관한 다양한 특허를 갖고 있다. 특히 손가락 2개를 액정화면에 댄 상태에서 휴대전화나 PC를 조작하는 '멀티터치' 기술 특허가 강력하다. 거의 모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가 글자와 그림을 키우고 줄일 때 이 특허 기술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