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이 신의 직장이라면 외국계기업은 꿈의 직장이다. 자유로운 출퇴근과 해외 근무의 경험, 부드러운 분위기 등에 많은 구직자들은 열광한다.

인기가 높다보니 외국계기업에 들어가는 일은 쉽지 않다. 채용하는 인원이 많지도 않고, 구직자들이 지레짐작으로 겁을 먹고 지원조차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외국계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당장 이력서부터 들고 오라고.”

◆ 기업에 대한 사전조사는 필수

29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1 외국인투자기업 채용박람회에는 이틀 동안 1만7000여명에 가까운 구직자들이 다녀갔다. 이번 박람회에는 91개 외국계기업이 참가했다.

박람회에 참가한 외국계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외국계기업 취업 비결로 '충분한 사전조사'를 꼽았다. 외국계기업 중에는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적인 기업들이 많다. 미국계 자동차부품 회사인 존슨콘트롤즈 오토모티브 코리아도 마찬가지 경우다. 전 세계 150개 국에서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고 있는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회사지만, 존슨콘트롤즈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번 박람회를 준비한 코트라의 이영희 외국기업고충처리팀 과장은 "한국의 대기업보다 더 큰 규모의 외국계기업들도 많은데 구직자들이 이름을 잘 모른다고 지원조차 하지 않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외국계기업에 지원하려면 원하는 분야와 업계의 글로벌 판도에 대해 공부하고 목표를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구직사이트 수시로 체크해야

외국계기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문제는 영어도 아니고 이력서도 아니고 바로 채용공고다. 채용공고 자체가 잘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국계기업이 한국 대기업보다 채용 규모가 적은 것도 이유지만, 공채보다 수시채용을 선호하는 외국계기업의 분위기가 더 큰 이유다.

존슨콘트롤즈의 인사담당자인 최해정 과장은 "외국계기업은 한국 대기업처럼 시즌을 정하고 대규모 공채를 하지 않는다. 퇴사자가 생기거나 전략적으로 사업을 확충해야 할 때가 생기면 수시로 인원을 모집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 기업은 자체 채용사이트를 갖춘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구직사이트에 채용공고를 올린다. 그러다 보니 구직자들이 외국계기업의 수시 채용 공고를 아르바이트 공고로 무시하는 경우도 생긴다. 최 과장은 "당연히 정규직을 뽑는 건데, 구직자들이 공채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르바이트 모집으로 오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채용공고가 나지 않았어도 지원서를 제출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최 과장은 "어차피 수시 채용이기 때문에 채용시기 외에도 이력서를 보내주면 괜찮은 이력서는 따로 관리해서 충원이 필요하면 공고 없이 바로 연락을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외국계기업 채용 공고를 보기가 어려운 이유다.

◆ 영어는 필수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영어는 외국계기업에서 필수다. 박람회 참가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채용시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어학능력'(44%)이 가장 많았다. 특히 이공계 학생이 영어를 구사할 줄 안다면 외국계기업 취직은 따논 당상이나 다름없다.

김아진 듀폰 인사부 과장은 "외국어 점수는 중요하지 않다. 듀폰은 화상 회의가 매우 많기 때문에 자유롭게 영어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공계 학생 가운데 영어가 자유로운 사람이 아무래도 적은데 외국계기업에서는 영어가 자유로운 이공계 지원자가 있으면 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적인 기업 문화가 강한 합작 또는 합병회사에서도 영어는 필요하다.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는 독일계 티센쿠르프그룹이 동양엘리베이터를 인수하면서 만들어진 회사다. 이 회사의 HR부장인 피터 클러핑(Peter Kloepping)은 "팀장급까지 올라가려면 영어 없이는 불가능하다. 팀장급이 되면 외국으로 나갈 일도 많고 본사와 연락도 해야 하기 때문에 영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학교는 안 본다…학교에서 뭘 했는지는 본다

외국계기업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학력에 대한 차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상위권 대학에 대한 선호가 없지는 않지만, 충분한 실력만 보여주면 대학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 외국계기업 인사담당자는 "한국 기업들은 그룹의 고위임원들에서부터 학교로 이어지기 때문에 학벌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며 "외국계기업은 어차피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한국의 학벌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동양엘리베이터 시절부터 인사 관리를 했다는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의 이성수 인사팀장은 외국계기업의 가장 큰 특징으로 사회활동에 대한 중시를 꼽았다. 그는 "동양엘리베이터 시절에는 학교와 학점을 봤다면 티센크루프로 바뀌고 나서는 얼마나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한다"며 "졸업작품이나 자신이 참여한 프로젝트 결과물을 함께 제출하는 것도 좋고, 다양한 사회활동 이력을 어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자기소개서도 중요…거짓말은 금물

자기소개서를 얼마나 잘 쓰는지도 중요하다. 특히 거짓말은 금물이다.

듀폰의 김아진 과장은 "환경, 윤리, 보건 등 우리 기업의 핵심가치를 얼마나 잘 따를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며 "말로만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의 동의하에 자기소개서와 이력서에 대한 백그라운드 체크를 진행한다. 전문기관을 통해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의 허위 기재 여부, 주변 평가 등을 종합해서 평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