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융합형 카메라'로 일본 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고급 카메라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다. 카메라 시장에 새 영역을 만들어 니콘·캐논 등 일본 기업들이 수십년간 기술과 특허를 쌓아온 고급 카메라 시장을 뚫어 보겠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전문가용 카메라(DSLR) 시장은 캐논(44.5%)·니콘(29.8%)·소니(11.9%) 등 일본 기업이 세계 시장의 86%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러리스 카메라로 새로운 시장 개척

삼성전자는 29일 서울 서초동 사옥 1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의 4번째 '미러리스(mirrorless)' 카메라 NX200을 공개했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DSLR(디지털렌즈교환식)에 들어 있는 무거운 반사거울을 뺀 것이다. 덕분에 무게가 콤팩트 카메라보다 조금 무거운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사진을 찍는 데 쓰는 디지털 촬영판의 크기는 DSLR급이다. 따라서 화질이 전문가용에 근접한다. 콤팩트 카메라의 휴대성과 전문가용의 화질을 겸비했다는 면에서 '하이브리드(hybrid)'라 불리기도 한다.

이날 삼성전자가 공개한 NX200은 실제 출시된 미러리스 카메라 중 최초로 2000만 화소를 넘었다. 웬만한 보급형 DSLR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화소는 사진을 표현하는 점을 의미하는 것으로 많을수록 화질이 좋아진다. 지난달 말 일본의 소니가 'NEX-7'에 2430만 화소를 넣었다고 발표했지만 이 제품은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았다. NX200은 화질 이외의 기능에서도 DSLR급 성능을 구현했다. 1초에 7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고 고화질(풀HD급) 동영상도 촬영할 수 있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약점으로 꼽히던 자동초점 속도도 개선했다. 삼성전자 측은 "아주 어두운 곳만 아니면 대부분 0.1초 안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강자 없는 미러리스, 시장 선점해 1위 된다

삼성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은 이전부터 계속 카메라 사업에 도전해 왔지만 번번이 일본 기업이 쌓아온 광학 기술 특허에 막혔다"고 했다. 이를 따라잡기 위해 1996년 독일롤라이를 인수하고, 렌즈 제조업체 슈나이더와 손잡아 보기도 했지만 결국 시장 진입에 실패했다. 하지만 미러리스 카메라는 다르다. 삼성전자가 강한 전자부품이 많이 들어가는 데다, 니콘·캐논 등 기존 강자들도 이제 막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출발선이 비슷한 것이다.

29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제품 공개 행사에서 모델들이 미러리스 카메라‘NX200’을 선보이고 있다. NX200은 콤팩트 카메라보다 조금 큰 크기에 전문가용 카메라급 화질을 담았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도 매력요인이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올해 전 세계에서 300만대가 팔릴 것으로 추산된다. DSLR(1296만대)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 시장은 내년 550만대, 2013년 990만대 규모로 커져 2014년에는 1280만대로 DSLR을 추월할 것으로 시장조사기관들은 추정한다. 한명섭 삼성전자 디지털이미징사업부장(전무)은 "미러리스 카메라는 소비자가 기존 카메라에 갖고 있던 불만을 모두 해결한 새로운 영역"이라며 "콤팩트 카메라와 DSLR 고객을 모두 끌어들일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어 글로벌 1위를 노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