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회계법인이 2개 저축은행에 대해 '의견 거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의사를 전달하자 금융 당국은 적잖게 당황하고 있다. 두 곳 모두 금융 당국의 경영 진단 결과 합격 판정을 받고 정상 영업 중인 곳이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의견 거절'이 확정될 경우 예금 인출사태 등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면서 '신중한 대응'을 당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일회계법인이 문제를 삼은 A저축은행은 소형 저축은행이다. 하지만 A저축은행은 대주주의 아들이 몇년 전부터 고객들의 예금 수백억원을 빼돌린 사실이 지난 7~8월 금융 당국의 경영 진단 과정에서 드러났다. 대주주의 아들은 횡령한 돈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감독원과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물론 아버지인 대주주도 이런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A저축은행 대주주가 아들이 횡령한 돈을 채워넣자 '합격' 판정을 내렸고, 대주주의 아들을 횡령 혐의로, A저축은행을 불법 대출 혐의로 검찰에 각각 고발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삼일회계법인은 묵과할 수 없는 문제라고 봤다. 삼일회계법인 측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보였기 때문에 경영진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일회계법인이 '의견 거절'을 검토 중인 다른 저축은행인 B사는 재무 상태에 대한 논란이 많은 곳이다. 이 저축은행은 경영 진단에서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금융 당국은 '위험하지 않다'는 판정을 내렸다. 반면 삼일회계법인은 '재무구조가 취약하다'는 판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28일까지 2010 회계연도 결산 공고를 낸 64개 저축은행 중 영업정지된 곳을 빼놓고는 모두 '적정' 의견이 나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의견 거절' 움직임과 관련, "삼일회계법인이 뒷감당이 걱정된 나머지 멀쩡한 저축은행에 대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나온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대형 회계법인의 한 회계사는 "금융 당국이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적당히 끝내려다 허를 찔린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삼일회계법인은 금융 당국의 의견을 받아들여 최종 결정 단계에서 수위를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일회계법인 측은 "한정 의견이나 부적정 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회계법인의 감사 의견

회계법인이 기업을 감사한 뒤 내놓는 의견은 크게 4가지이다. '적정 의견'은 기업의 재무제표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한정 의견'이란 재무제표에 하자가 있지만 이를 수정하면 괜찮다는 뜻이다. '부적정 의견'은 재무제표상 하자가 중대해서 수정하더라도 재무제표가 정보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의견 거절'은 기업의 계속 존속 여부 등이 불투명해서 감사 의견을 표명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