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값에 맛있는 쇠고기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으로 서민들 사이에 인기를 끌었던 '수입육 전문 숯불갈비 집'. 요즘 서울시 유명 음식점 가운데 '미국산'과 '호주산' 쇠고기를 바꿔치기한 곳이 속출해 제재를 받았다.
서울시가 8월 19일부터 29일동안 시내 수입고기 취급 주요 음식점 100곳을 대상으로 원산지 표시 점검을 실시한 결과, 23곳에서 이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 업체는 미국산에 대한 원산지 표기를 호주산이나 뉴질랜드산으로 바꾸거나 '호주산이나 미국산'이라고 불분명하게 표기했다.
양천구 목동의 한 숯불갈비 집은 갈빗살 등의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으로 표시해 판매했고, 설렁탕을 끓이는 중구 충무로2가의 한 음식점에서는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 뉴질랜드산으로 허위표시했다.
음식점들은 왜 미국산을 호주산으로 바꿔치기한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에 미국산이 넘쳐나지만, 소비자들은 공급이 줄어든 호주산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 초 수입업자들이 구제역에 따른 반사 효과를 기대하고 미국산 쇠고기를 대거 수입했지만, 2008년 광우병 파동 이후 소비자들의 '미국산 기피' 현상은 바뀌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4월 이후 양질의 호주산 쇠고기 공급은 크게 줄었다. 호주산 냉장육을 수입·유통하는 산하물산 관계자는 "올 초 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에 수출되던 양질의 호주산 쇠고기가 우리나라로 갑자기 쏟아져 들어왔지만 최근 일본 경기가 정상화되면서 해당 물량이 일본으로 회귀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 동안 호주산 쇠고기가 총 1만8400t 수입됐으나, 4월 들어 1만3685만t으로 뚝 떨어졌다. 미국산은 3월 1만3411t에서 4월 1만3603t으로 도리어 증가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숯불갈비 집은 "호주산을 그대로 쓰면 예전 맛이 안 나고, 미국산을 쓰면 손님들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물시장에서 미국산 수입고기 '초이스(최상 품질)' 등급은 호주산 목심(그레인페드) 보다 1㎏당 400~500원 정도 저렴하게 팔린다. 수입고기 가운데 '초이스'등급은 '그레인페드'보다 육질이 우수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자는 "'원산지 허위표시'로 내야 할 범칙금을 생각하면, 돈 몇푼에 '원산지'를 속일 이유가 없다"면서도 "구제역으로 한우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면서 올 상반기 호주산 음식점이 크게 늘었는데, 수입물량이 줄면서 음식점들이 고육지책으로 이 같은 범법을 저지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