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본주의 4.0'이 우리 경제계에 최대 화두다. 자본주의 2.0시대는 정부가 중심이었고, 3.0시대는 시장이 중심이다. 여기에 앞으로 도래할 4.0시대는 시장의 자율적 기능을 강조하되 시장참여자의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시대로 정의했다. 한 마디로 서로가 서로를 보살피는 '따뜻한 자본주의'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8월 말 중국 옌지시에서 백두포럼이 열렸다. 백두포럼은 중소기업인은 물론 학계와 연구계 등이 중소기업의 현안과 미래담론을 논의하기 위해 만든 포럼이다. 이 자리에서는 조선일보의 '자본주의 4.0 시리즈'에서 모티브를 얻어 동반성장 3.0시대가 주요한 의제로 다뤄졌다.

포럼에서 제기된 동반성장 3.0시대의 요지는 이렇다. 우선 동반성장 1.0시대는 참여정부 시절로 법 중심의 동반성장 시대다. 동반성장 1.0 시대는 정부의 일방적 주도로 상생 피로가 누적돼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이다. 동반성장 2.0시대를 연 것은 현 MB 정부이다. 1.0시대의 실패를 보완해 제도와 기업 간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하는 정책이 중심인 시기이다. 이제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경제는 지속성장을 위해 동반성장 3.0시대를 열어야 한다. 이 시기는 시장 자율과 제도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불공정·불합리한 제도가 개선되고 창조적·자율적 기업 간 협력이 이뤄지는 등 동반성장이 문화로 정착되는 시기로 정의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불과 반세기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뤘다. 이 과정에서 결과 중시 풍토가 만연해 절차·과정의 공정성이 취약해져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등 사회갈등이 심화됐다. 사회 구성원간 신뢰·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를 위해 동반성장은 시대의 요청이라 할 수 있다.

대기업들도 이런 사실을 깨닫고 변화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지만, 발품 팔며 현장에서 만나본 많은 중소기업 CEO들은 대기업의 이러한 노력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왜 그런가 물어보면 한결같이 납품단가 현실화 문제를 얘기한다.

혁신 컨설팅 등을 통해 협력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는 게 없으면 생존조차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대기업들은 동반성장의 핵심 문제인 납품단가 현실화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당장 해결해야 한다.

자본주의 4.0시대는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를 보다 더 따뜻하게 성장하는 사회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절실하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선도해 온 대기업이 먼저 중소기업에 손을 내미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정부와 국민의 비판 여론을 의식해 '소나기 피하기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대기업 오너인 총수가 이 문제를 직접 챙겨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