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갑작스러운 단전(斷電) 사태는 예비전력 부족에서 비롯됐다. 전력 예측 수요가 빗나가면서 사상 초유의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직전에까지 내몰렸던 것이다.
가정 경제도 예외는 아니다. 수년간 정성 들여 가꿔온 재테크 공든탑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일에 속절없이 무너질 수 있다. 올 초 일본 대지진으로 시작해 미국 신용등급 강등,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 저축은행 영업정지 등에 이르기까지 금융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돌발 변수들은 끊임없이 밀어닥치고 있다. 블랙아웃 위기에 빠져버리면 후유증이 심해 회복하기까지 오래 걸린다.
다음은 어수선한 자산시장에서 '재테크 블랙아웃' 사태를 막기 위해 투자자가 살펴봐야 할 체크포인트 3가지다.
①불필요한 빚은 버려라
"빨리 대출금 갚으세요!" 은행 돈을 많이 쓰고 있는 사람은 갑작스럽게 이런 경고장을 받을 일에 대비해야 한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가계 대출을 줄이라는 압력을 받고 있어 기존 대출이 만기에 이르면 연장을 안 해줄 가능성이 높다. 강우신 기업은행 강남PB센터장은 "은행 문턱이 높아진 만큼 새로 돈을 빌리려는 소비자는 미리 자금 마련 계획을 철저히 짜둬야 한다"며 "몇달 뒤에 필요한 자금이라고 해서 그냥 안심하고 있다간 낭패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일부 은행들이 전격적으로 대출을 중단하면서 당황한 소비자들이 많았다. 강 센터장은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없애는 등 실질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는 만큼, 금리 변동성을 낮춘 고정금리형 상품에 대한 관심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과거 10명 중 1명꼴이었던 고정금리형 대출 수요가 최근엔 3명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②톱니바퀴처럼 맞물려라
초등학생 자녀의 대학 학자금을 준비하려는 주부 A씨. 우연히 10년짜리 저축보험 상품 금리가 연 5%대로 은행 예금 이자보다 높고 비과세 혜택까지 챙길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해졌다. 서기수 A+에셋 자산관리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자녀 입학, 유학, 전세 만기 등 미래의 사건에 대해 자금을 준비하려면 투자기간을 정한 다음, 필요할 때 돈을 찾아 쓸 수 있도록 자금 마련 계획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인 자녀의 대학 학자금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면 투자기간은 6년이다. 톱니바퀴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듯 6년 후에 돈을 찾을 수 있도록 자금을 적립식 펀드나 정기예금 등에 넣고 굴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A씨가 가입을 저울질한 저축보험은 만기가 10년인데, 그전에 해약하면 손해가 만만치 않다. 서 연구원은 "돈이 필요한 시기가 정해져 있는데 자금을 지나치게 길게 묶어놨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장기 상품 중에 중도에 해지해도 수수료를 물지 않는 유형을 골라야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윳돈이 1억원 있어 정기예금에 가입할 때도 3000만원, 3000만원, 4000만원씩 금액을 나눠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③저수지부터 만들어라
살다 보면 실직이나 퇴직, 사고 등 예상치 못한 일이 터지면서 목돈이 들어갈 때가 생긴다. 이럴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상품이 바로 '저수지 통장'이다. 비가 많이 내렸을 때에 가뭄에 대비해 물을 저장해 두듯, 여유가 있을 때 뜻밖의 일을 준비하자는 의미다.
한상언 신한은행 재테크팀장은 "급히 돈이 필요한데 비상자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이자가 비싼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뜻하지 않은 지출이 발생해도 당초 계획했던 저축과 투자를 계속하려면 긴급 예비자금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긴급 예비자금은 통상 월평균 소득의 2.5~3배 정도가 적당하다고 한 팀장은 덧붙였다.
투자자들이 쉽게 활용할 만한 저수지 통장으로는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꼽을 수 있다. 회사별로 다르지만 현재 금리가 연 3~4%대로,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통장보다 수익률이 높으면서 카드대금 결제, 공과금 이체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