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에서 '갑(甲)'과 '을(乙)'은 시장 장악 능력에 따라 언제든지 바뀐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변변한 OS(운영체제)가 없는 삼성전자는 애플에 치이고 구글에 마음 졸이는 을의 신세다. 하드웨어 제조에 세계 최고의 능력을 지닌 삼성전자가 을의 신세로 전락한 이유는 현재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운영체제(OS)를 애플과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과점하는 반면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기업은 10여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과 구글의 OS에 필적하는 새로운 OS가 출현한다면 삼성전자의 입지는 강화될 것이다.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한 세계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13일 공개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차세대 OS인 윈도8에 주목하는 이유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서 열리는 개발자 콘퍼런스 '빌드'에서 윈도8을 공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콘퍼런스에서 스마트폰, 태블릿PC 시대에 좁아진 입지를 윈도8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야심찬 구상을 발표했다.
윈도8은 윈도98, 윈도7처럼 PC에 작동하는 OS이다. 동시에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PC, 스마트폰에도 운영 가능하다. 심지어 엑스박스 같은 게임기에도 윈도8은 작동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PC, 스마트폰, 태블릿PC, 게임기에 모두 돌아가는 윈도8으로 전자제품의 천하통일을 이뤄 소프트웨어 산업계에서 잃어버린 실지를 단번에 만회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윈도8에 터치스크린 기능을 집어넣었다. 만일 터치스크린 기능이 가능한 컴퓨터에 윈도8을 설치하면 사용자는 기존의 키보드·마우스에 터치스크린 기능까지 동시에 사용 가능하다.
일단 겉보기에 윈도8은 기존의 윈도 화면과 다르다. 바둑판식 격자 구조에 사각형 아이콘이 배열됐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메트로(Metro)'로 부르는 이 기능으로 프로그램의 실시간 업데이트, 사용하던 프로그램에서 다른 프로그램으로 보다 원활하게 넘어가도록 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사용자들이 느끼는 불편함이 메트로로 해소될 것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기대한다.
윈도8은 부팅(전원 공급 이후 컴퓨터를 작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 속도도 빨라졌다. 기존의 윈도는 부팅 속도가 느린 점이 약점으로 꼽혔는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8을 설치하면 기존 하드디스크를 장착한 컴퓨터에서 8초면 부팅 가능하다고 밝혔다.
윈도8의 출현으로 스마트폰, 태블릿PC의 OS 시장에 기존의 애플, 구글과 함께 본격적인 '삼국지' 시대가 열렸다.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목매다가 모토로라모빌리티 인수로 구글에게 뒤통수를 맞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휴대폰 제조업체는 윈도8이라는 새로운 카드가 생겨,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당장 삼성전자는 이번 콘퍼런스에서 윈도8을 탑재한 태블릿PC를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여차하면 마이크로소프트로 달려갈 수 있다는 신호를 구글에 보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