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유명산 자락. 크라이슬러코리아가 선보인 그랜드체로키를 몰고 산길을 찾았다. 경기도 가평에서 어비계곡을 지나 양평 유명산으로 나오는 코스는 오프로드 마니아들에게 인기있는 코스다. 50도에 육박하는 가파른 오르막길부터 계곡물과 돌멩이로 가득 차 있어 오프로드 차량을 시승하기에는 좋은 조건이다.

시승 차량은 그랜드 체로키 디젤모델로 V6 3.0L(리터) DOHC 터보 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최고출력 241마력, 최대토크 56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공인연비는 L당 11.9km로 기존 모델보다 약 24% 개선됐다. 가격은 6590만원이다.

그랜드 체로키

그랜드 체로키는 지난 1992년 디트로이트에서 개최된 ‘북미 국제 오토쇼’에서 컨벤션 센터의 계단을 올라와 유리창을 뚫고 처음 등장한 유명한 일화를 가지고 있다. 출시 20년 동안 전 세계에서 400만대가 넘게 팔린 지프의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 포장·비포장 도로 어디든지 최적의 주행성능…‘5가지 주행모드’

이른 아침 산으로 올라가는 국도길. 주말 산을 즐기는 등산객만 보일 뿐 자동차는 보이지 않는다. 시동을 걸자 중저음의 엔진 소리가 차량을 감싸 운전에 흥을 돋우었다. 미세한 진동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비히클(SUV)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다. 가속페달의 반응은 1~2초 늦게 반응했지만 저속은 물론 고속주행에서도 대형 세단과 같은 치고 나가는 가속력을 보여준다. 차체가 큰 대형 SUV지만 시속 150km를 넘어도 힘이 넘쳤다.

곡선주로 상황에서도 마치 세단을 타는 것처럼 차체 쏠림없는 부드러운 주행 성능을 보여준다. 광폭 타이어는 지면을 잡고 돌듯이 편안하고 안전한 코너링을 가능하게 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그랜드 체로키 스티어링휠(운전대), 센터페시아 모습, 주행모드 바꿔주는 5단계 조그셔틀, 뒷자석을 접었을 때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

곡선주로를 벗어나 산 중턱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가는 오프로드 구간에 도달했다. 차를 멈추고 변속기 옆에 있는 셀렉 터레인 시스템(Selec-Terrain)을 설정했다. 이 시스템은 도로환경에 따라 스포츠( Sport), 스노우(Snow), 오토(Auto), 샌드·머드(Sand·mud), 록(Rock) 등 5가지 운전 모드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차량의 운전 모드를 스포츠로 설정하면 차량의 동력이 최대 80%까지 후륜에 집중되면서 빠른 가속력을 보여줘 고속도로나 직진 주로에서 활용하기에 좋다. 샌드·머드 모드는 휠 스핀 제어를 위해 작동되는 트랜션 컨트롤의 작동을 지연시켜 진흙과 모래가 많은 산속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 유용하다.

두툼한 스티어링 휠(운전대)은 인상적이다. 거친 돌길이나 흙길을 달릴 때 차체가 심하게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운전자는 운전대를 놓치지 않고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차량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주행 탓인지 공식연비 L당 11.9km에 비해 L당 2~3km 다소 떨어졌다. 하지만 대형 SUV인 점과 시속 150km 이상의 고속주행, 오르막 주행 시의 급가속 등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실연비 9~10km의 연비는 만족스러운 편이다.

◆ 7선 그릴, 원형 전조등 지프의 전통성 이어나가…“마징가z 보는 듯해”

그랜드 체로키는 성인 6~7명이 타기 충분할 만큼 넓은 공간을 자랑한다. 가족 모두가 타고도 짐을 여유롭게 실을 수 있는 만큼 수납공간을 충분해 가족단위 야외활동 차량으로 적합하다.

뒷좌석 공간은 981mm로 동급 최대 수준이다. 트렁크 공간의 경우 기존 모델보다 11% 넓어져 부피가 큰 골프백도 4~5개 이상 충분히 실을 수 있었다.

그랜드 체로키 차량 앞모습. 일본 만화에 나오는 로봇인 '마징가z'의 입을 닮아 강렬함이 느껴진다.

그랜드 체로키의 차량 앞면 7선 그릴이 장착돼 있고 원형 전조등이 설치돼 지프 브랜드와 그랜드 체로키 모델의 전통성을 유지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지프의 강인함에 세련미를 더한 듯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들어간 유선형 라인의 조화는 새로운 그랜드 체로키를 탄생시켰다. 덕분에 공기저항계수가 0.404에서 0.37로 8.5% 낮출 수 있었다.

엔진을 식히기 위해 팬이 돌 때면 들리는 묵직한 바람 소리는 7선 그릴과의 조화로 마치 일본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로봇인 마징가z의 입을 연상케 한다.

실내 인테리어의 경우 대쉬패널 앞부분을 가죽 소재로 감싸 스티치 장식으로 마무리했다. 또 무드조명과 화이트 실내등으로 대형세단 못지않은 고급스러움을 연출했다.

그랜드 체로키에는 다양한 안전사양도 적용됐다. 전자식 전복방지 시스템(ERM)과 브레이크 잠김 방지 장치(ABS)는 물론 전자식 트랙션 컨트롤(BTCS)을 통해 미끄러운 눈길이나 흙길에서도 최적화된 주행성능을 보여준다. 또 전자식 사이드 커튼 에어백과 흉부 에어백, 능동형 전조등(운전대의 방향에 따라 전조등의 방향이 바뀌는 기술)을 통해 운전자의 안전성을 높였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