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시장에서 유럽을 중심으로 신용경색 가능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국내 은행들이 앞다퉈 외화(달러) 조달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6월과 8월 은행들을 상대로 외화 조달라인을 미리 충분히 확보해둘 것을 권고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일본계 은행과 신규로 3억 달러 규모의 외화 커미티드라인(Committed Line) 계약을 체결했다고 5일 밝혔다.

커미티드라인이란 해외 금융기관에 수수료를 내고 유사시에 외화자금을 우선적으로 빌려올 수 있는 외화차입 계약을 말한다. 국내은행들은 기존에도 해외 금융회사로부터 외화를 차입해올 수 있는 크레디트라인(Credit Line)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크레디트라인의 경우 수수료를 내지 않는 대신 구속력이 없어 은행들은 이보다 더 확실한 커미티드라인 확보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기존에 맺고 있던 1억6500만달러 규모의 커미티드라인 계약 만기를 대부분 연장했다. 또 1억5000만달러 규모의 신규 커미티드라인 개설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은행도 지난달 말 일본계 은행과 1억1000만달러의 외화 커미티드라인을 신규 개설했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기존에 1억3000만달러 규모의 외화 커미티드라인을 갖고 있었는데 이로써 2억4000만달러 규모의 외화 유동성을 긴급상황 때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 커미티드라인을 갖고 있지 않던 국민은행은 지난달 말 유럽계 은행과 5000만달러 규모의 외화 커미티드라인 개설 계약을 처음 맺었다. 국민은행은 조만간 미국계 은행과 1억5000만~2억달러 규모의 외화 커미티드라인을 추가해 총 2억~2억5000만달러의 외화 유동성 라인을 갖출 방침이다.

수출입은행도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1억2000만달러 규모의 외화 커미티드라인 이외에 미국계 은행과 일본계 은행으로부터 추가 계약을 맺을 것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외화유동성 비율은 이른바 '리먼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 2008년 8월말 101.7%에서 지난 6월말 현재 111.1%로 좋아진 상태다. 외화유동성 비율이란 외화자산을 외화부채로 나눠 100을 곱한 값으로 숫자가 클 수록 외화 유동성이 안정적임을 나타낸다.

A은행 외화자금 담당부장은 "현재 외화유동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하지만 금융당국이 만약에 대비할 것을 주문해 미리 커미티드라인을 확보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