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LCD 사업 부문은 7월말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2100억원의 적자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앞선 1분기에 이은 2연속 적자였다.

삼성전자 LCD의 부진은 이미 예상된 일이지만, 이같은 큰 폭의 적자는 삼성전자 전체에 충격을 줬다. 삼성전자가 지난 7월 LCD 사업부장을 전격 경질한 데 이어 LCD 부문의 주요 임원까지 대거 물갈이한 것도 삼성이 느끼는 위기감의 표시로 해석된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들이 아예 범용 LCD 생산을 중단하는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상반기 가동률 90%, 하반기는 더 심각

삼성전자는 "지난 상반기 공장가동률은 약 90%이며, 현재 공장가동률은 약 80%"라고 밝혔다. 3분기 생산량이 지난 2분기보다 훨씬 적다는 의미다.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3분기 생산량이 2분기보다 적다는 것 자체가 이변이다. 원래 3분기는 LCD가 가장 많이 팔리는 시기다. LCD를 사서 TV를 만드는 가전업체들이 3분기에 대량으로 LCD를 구매해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TV 제품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작년 하반기 삼성전자 LCD 패널 판매량은 상반기보다 약 683만개 더 많은 7952만6800개였다. 하지만 올해는 성수기인 3분기에 오히려 2분기보다 물건을 적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상황이 이어진다면 하반기 생산량은 전년 대비 약 10% 이상 줄어들 것이란 평가다. 공장을 풀가동하던 2009년 하반기와 비교하면 생산량이 80% 수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가격이다. 가장 많이 팔리는 40~42인치대 TV용 LCD 패널의 8월 말 가격이 219달러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기존 사상 최저 기록은 8월 초 231달러였다. 가격을 발표할 때마다 사상 최저 기록이 깨지고 있다. 올해 1월 가격은 340달러였다. 이미 당시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요즘 업계 관계자들은 아예 가격에 대해 말을 하지 않는다.

발표때마다 깨지는 사상 최저가 기록

이 같은 폭락세를 진정시킬 수 있는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LCD 가격 폭락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미국과 유럽의 경기다. TV 주요 수입국인 미국 신용 등급 강등, 유럽 경제 불안이 LCD업체에 직격탄을 날렸다. 업체들은 그냥 한숨만 쉴 뿐이다. 현대증권 김동원 팀장은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같은 업체들도 이미 원가 이하에 제품을 팔고 있다"며 "대만 경쟁업체들은 상황이 더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팔면 팔수록 손해가 커지는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이다.

게다가 반도체와 달리 LCD 분야는 대만 경쟁업체와 기술적인 격차가 크지 않다는 평가다. 김동원 팀장은 "한국 반도체업체들이 경쟁업체보다 기술적으로 6개월에서 1년 앞서 가지만 LCD 분야에선 그런 격차가 사라졌다"며 "범용 LCD 생산 기술은 이제 세계적으로 평준화됐다"고 말했다.

삼성 "LCD 대신 OLED", LGD "고가 하이앤드 제품 생산"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내부에선 사업구조 재편 논의가 한창이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삼성전자가 더 이상 LCD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말하자면 내년 이후 LCD 라인을 추가로 증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쑤저우 생산법인을 제외하면 삼성전자는 신규 라인 투자 계획이 없다.

삼성의 대안은 이른바 '아몰레드'로 불리는 AMOLED(유기발광다이오드)다. AMOLED란 LCD보다 부품 수도 적고 전력 소모량도 적은 최신 디스플레이 장치다. 심지어 구부려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AMOLED를 생산하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지금도 생산라인을 증설 중이다. 올해 투자할 돈만 5조4000억원에 달한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의 시장점유율은 99% 수준으로 사실상 세계에서 유일하게 AMOLED를 양산하는 업체다.

LG디스플레이도 "내년 신규 라인 투자는 없다"고 밝혔다. 당분간 TV 수요가 살아날 기미가 없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투자를 하겠다는 의미다. LG디스플레이는 대신 고급 제품 생산비중을 늘리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고급 제품이란 3D TV에 들어가는 LCD 패널이나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초고화질 디스플레이를 뜻한다. 대만의 경쟁업체들이 아직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하이앤드(high-end) LCD 제품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 김희연 IR(투자설명) 담당은 "상반기 25%였던 고급제품 생산비중을 하반기 최대 4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