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들어 전 세계 증시가 하락의 늪에 빠지자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도 고꾸라졌다. 이번 세계 증시 폭락의 진앙(震央)이 미국과 유럽이었기 때문에 이들 선진국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신흥국 펀드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못난이'로 전락한 이들 선진국 펀드보다 더 큰 손실을 본 것은 바로 우리나라의 주식형 펀드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러시아 펀드와 함께 8월 수익률 꼴찌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 '미운 오리 새끼' 선진국 펀드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 집계(31일 기준)를 보면 8월 한 달간 해외 주식형 펀드는 평균 10.6%의 손실을 냈다.
이 중 가장 선전한 펀드는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였다. 중국 본토 펀드는 한 달간 2.4%의 손실을 내는 데 그쳤다. 상하이종합지수는 8월 들어 주가가 1% 넘게 떨어진 날이 나흘에 불과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가 인프라(사회기반시설)를 확대하기 위해 재정 지출을 늘릴 것이란 기대가 투자자 사이에 퍼졌다"고 분석했다.
올 들어 부진에 빠졌던 브라질 증시도 8월에는 선방했다. 보베스파 지수는 지난 8일 8% 넘게 폭락했지만 이후 꾸준히 반등하며 하락폭을 줄여나갔다.
반면 세계 증시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운 유럽과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크게 휘청거렸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 경제국에 투자하는 유럽 펀드 수익률은 마이너스 13%대로 추락했다. 북미 펀드는 8%대의 손실을 냈다. 미국은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지난 5일(현지시각)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당한 후 세계 증시에 쇼크를 몰고 왔다.
누구보다도 큰 충격에 시달린 나라는 러시아다. 세계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로 러시아의 주 수출원인 원유 가격이 급락하면서 러시아 증시는 직격탄을 맞았다. 러시아 RTS 지수는 한 달간 15%가량 하락했다. 러시아 펀드는 마이너스 20%라는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 날벼락 맞은 국내 펀드
그러나 이보다 더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은 국내 주식형 펀드에 돈을 넣었던 투자자들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8월 수익률은 마이너스 14%에 달한다. 유럽·북미펀드보다 성적이 좋지 않다.
코스피지수는 아시아 주요국 증시 중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우리나라와 경제 구조가 비슷하다는 대만 증시(마이너스 11.5%)보다도 낙폭이 컸다. 오재열 IBK투자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한국 증시는 연기금 중심의 내국인 매수에도 외국인의 집중적인 매도 공세로 인해 위기의 진원지인 유로존 증시보다도 더 크게 하락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유독 큰 타격을 입은 이유로 상대적으로 풍부한 유동성과 수출 위주의 경제 구조를 꼽았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 팀장은 "세계 경제에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이 현금 확보를 우선시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에서 먼저 자금을 회수한다"며 "이번에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대량 매도한 것도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세계 경기가 둔화하면 우리나라의 수출이 감소할 것이란 우려도 증시에 악재로 작용한다. 업종별로 봤을 때 한 달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업종도 수출과 직결돼 있다. 화학업종은 17.4%, 자동차가 포함된 운송장비업종과 IT(전기전자)업종은 15%가량 하락했다.
◆ 그러나 돈은 들어온다
한편 국내 증시 급락을 투자기회로 활용하려는 자금은 많다. 한 달간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4조1420억원 늘었다.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해외 주식형 펀드와 대조되는 현상이다.
'교보악사파워인덱스파생상품투자신탁 1'은 한 달간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았다. 이 상품을 포함해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모집한 펀드는 7개였다. 김대열 팀장은 "해외 불안이 가라앉으면 상대적으로 낙폭이 컸던 국내 증시로 자금이 먼저 돌아오기 때문에 반등 탄력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