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 이전 대상 공공기관이 사옥 등 기존 부동산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설업체들도 혁신도시 아파트 건설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혁신도시 이전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 올해 16개 이전 기관 매각 추진…팔린 곳은 단 한 곳뿐

31일 공공기관 자산처분시스템 '온비드'에 따르면 혁신도시 이전 대상 48개 공공기관중 사옥이나 토지(종전부동산) 등에 대한 일반 입찰이 진행된 16개 기관 가운데 매각이 성사된 곳은 한국교육개발원 단 한 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있는 한국교육개발원 본사 건물은 지난 23일 낙찰금액 732억5200만원에 매각됐다. 낙찰가율은 100.1%였다.

유찰된 15개 기관은 올들어 대부분 두세 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주인을 찾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국세청 주류면허지원센터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다섯 차례나 유찰됐다.

이처럼 종전부동산의 매각이 원활하지 못한 이유는 부동산경기 장기침체와 공공기관 부동산 특성 때문이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종전부동산은 투자성이 좋지 않은 곳에 있거나 입지가 좋더라도 대부분 공공기관 사옥용으로 건설된 것이 많아 일반 기업이 활용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부동산 투자회사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서울 도심 내 신규 오피스빌딩 매매시장도 약세를 보이는 등 전반적인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며 "공공기관 종전부동산의 경우 상당수가 공공기관 사옥으로 사용하던 것이어서 매입 후 임대용으로 사용하기도 어려워 전반적으로 활용도가 좋지 못하다"고 말했다.

◆ 종전부동산 매각 난항 예상…이전 계획에도 영향 줄 듯

문제는 이전 대상 공공기관들이 혁신도시 이전 비용의 대부분을 종전부동산 매각대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 매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비용 문제로 이전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국토부는 올해 안까지 일반매각을 최대한 진행한 뒤 여의치 않으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매입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를 대비해) 올해 법을 개정해 매입 공공기관을 기존의 LH와 지방자치단체에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농어촌공사로까지 확대했다"며 "올해 안에 일반 매각이 어렵다면 매입 공공기관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방침은 이전 비용을 이전 공공기관 스스로 조달한다는 '혁신도시 특별법'의 취지에 크게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 매각으로 종전부동산을 처리하지 못하고 매입 공공기관이 사들인다면 이는 결국 정부 예산으로 이전 비용을 감당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또 매입 공공기관 중 '큰 손'이라고 할 수 있는 LH의 경우 지금도 자금난이 심각해 신도시나 택지개발사업도 재조정하는 상황에서 종전부동산 매입에 적극적일 지도 미지수다. 정부 산하 배드뱅크인 캠코도 자금은 풍부하지만 투자성이 없어 시장에서 외면한 이들 종전부동산을 얼마나 매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47개 기관(한국교육개발원 제외)의 종전부동산 매각예상총액은 3조5000여억원. 올해 안에 LH나 캠코 등이 이들 부동산 전량을 매입한다면 당장 1조2000억원(계약금+1차 중도금)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하다.

◆ 아파트 용지도 유찰 사태…건설사, "혁신도시 관심 없다"

혁신도시 내 주택 건설을 담당해야 하는 건설업체들이 혁신도시를 외면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LH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공고한 경남혁신도시 공동주택용지 3필지 공급 결과, 입찰에 참여한 건설업체들이 없어 유찰됐다. 경남혁신도시 이외에도 강원혁신도시(3필지)와 충북혁신도시(2필지)에서 공급된 아파트 용지도 모두 유찰사태를 빚었다.

앞으로도 혁신도시 아파트 용지 매각이 늦어지면 이르면 내년부터 입주하는 공공기관 직원들의 집 구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LH는 조만간 재입찰을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한 번 유찰된 아파트 용지에 어느 건설업체가 관심을 보일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아파트 용지 분양이 저조하면 이를 수요층으로 보고 투자가 진행되는 상업시설 등 다른 용도의 토지 분양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정부 부처가 이전하는 세종시 주택사업에도 건설업체들이 참여하기를 꺼리는 분위기"라며 "혁신도시의 경우 규모도 훨씬 적고 지방에 있어 수요도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해 전반적으로 건설업체의 관심이 덜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