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후 1시 울산광역시 방어동 현대차 공장 선적 부두. 축구장 8.6개 면적에 해당하는 6만1400㎡ 규모 부두야적장이 수출예정 차량 5000여대로 가득 차 있었다. 부두에는 주황색 조끼를 입은 항운노조 근로자 10여명이 쉴 새 없이 수출용 자동차를 몰고 호주로 가는 일본 업체의 5만t급 선박 바이올렛에이스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평균 7~8년씩 자동차를 배에 선적해 온 만큼 근로자들은 좁은 배 안에서도 핸들을 한두 번 돌리는 것만으로 옆 차와 10㎝ 간격으로 능숙하게 주차를 끝냈다. 선박 내에 준비된 승합차가 배 밖 야적장에 근로자들을 다시 내려주자 이들은 다음 선적 차량을 향해 바쁘게 뛰어갔다. 한 번 차를 몰고 배 안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3~4분. 울산공장의 수출량이 2009년 85만여대에서 지난해 94만여대로 늘어나는 등 수출 물량이 많아지면서 최근 자동차를 선적하는 근로자들도 바빠졌다. 특히 올해 상반기의 경우 국내 전체 자동차 수출 154만772대 중 50만3637대(32.7%)가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수출된 것이다.
◆운전하다 보니 트렌드가 보여
울산항에는 220여명의 항운노조원이 조별로 교대근무를 하며 각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를 1인당 하루 평균 100~150대를 선적한다. 이들은 자동차 전문가들 못지않게 지역별 자동차 수출 트렌드를 줄줄 꿰고 있었다. 약 25년 경력인 송장환(50)씨는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 신경을 많이 쓰는 만큼, 미국으로 가는 차는 다른 나라로 가는 것보다 실내 장식이 유독 고급스럽고 주행 성능도 우수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실제 현대차는 고급대형차 수출을 늘리면서, 에쿠스의 경우 수출 직전에 차량 품질을 한번 더 점검하는 부서를 따로 두고 있다.
유승석(44) 항운노조 반장은 "중국행 자동차는 승용차보다 싼타페 같은 SUV(스포츠유틸리티비히클)와 고급 차가 많고, 이슬람 국가로 가는 차는 종교적 영향 때문인지 흰색 차량이 90%가 넘는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중국 현지에서 소형 SUV인 투싼과 아반떼, 쏘나타는 생산하지만 대형 SUV와 고급 차는 생산하지 않고 있는 걸 선적 근로자들은 자신들의 현장 업무를 통해 파악하고 있었다.
최현일(39)씨는 "유럽의 경우 실용적인 걸 좋아하는지 i30이나 i40과 같은 해치백 스타일의 차가 많이 수출되고 있어, 세단 중심으로 수출되는 미국과 차이가 있다"고도 했다.
◆수출 동향에 민감…현대차 파업할까 걱정
근로자들은 수출 물량이 줄면 일감이 줄어들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위기 등 외부 요인과 현대차 파업에도 관심이 많았다. 특히 파업이 오래 이어지면 생산이 끊겨 배도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일감이 없어질 것을 우려했다. 다행히 현대차 노조는 최근 3년 연속 파업 없이 임단협을 마무리 지어 걱정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곳에서 20년 이상 근무했다는 한 근로자는 "자동차 수출은 경기가 좋으나 나쁘나 꾸준했기 때문에 IMF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도 우리는 큰 걱정이 없었다"며 "오히려 몇년 전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오래할 때 IMF 때보다 더 어려웠다"고 말했다.
신형식(56) 항운노조 총무는"올해도 현대차가 파업 없이 협상을 마무리한 만큼 우리도 수출 최일선에서 국가 브랜드를 알린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