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세를 보이는 과일 물가가 정부의 추석 선물까지 바꿀 전망이다. 28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서규용<사진> 농식품부 장관은 30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각 부처 장관들에게 추석 선물로 과일 대신 '한우'를 이용해 달라는 내용의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정부는 소외 계층이나 정책 고객들에게 명절 선물을 보내고 있는데 그간 과일이나 멸치를 애용해 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과일값이 급등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표적인 선물용 과일인 배와 사과 가격이 7월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7.8%, 16.7% 올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과일 선물 부담이 크게 늘어 부처 운영 예산에도 영향을 줄 정도"라고 말했다.

반면 소고기 가격은 지난해보다 17%나 떨어졌다. 산지에서 소고기 지육(도축 후 가공 전 고기) 가격이 ㎏당 1만5000원 선에서 1만2000원 선으로 떨어진 영향이 크다.

이에 따라 서규용 장관은 다른 부처 장관들에게 5만원·7만원·9만원짜리 한우 선물세트를 예시로 보여주면서 적극 활용을 권유할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한우 가격 하락으로 고전하는 축산 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한우 선물세트를 꼭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적정 소 사육량은 250만 마리 정도인데 최근 300만 마리를 넘어섰다"며 "공급 과잉으로 인해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농민들 사이에서는 소 번식을 막는 시술을 지원해 달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공급 과잉은 수요 촉진으로 풀어야 한다는 게 정부 생각이고, 한우 선물세트라는 고육지책도 그 일환으로 나온 것이다.

그러나 다른 경제부처 관계자는 "한우 값이 내렸다지만 이걸 선물하면 돈을 펑펑 쓴다는 오해를 낳을 수 있어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참에 '한우는 무조건 비싸다'는 인식이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