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카지노 객장.

경기도 동두천시에 사는 김모(72)씨는 지난 2003년 아는 사람 소개로 우연히 강원랜드 카지노를 찾았다. 호기심에 몇 번 더 카지노에 들른 김씨는 순식간에 도박에 빠져들었다. 2008년까지 6년간 총 518회에 걸쳐 카지노에 출입했다. 한 달 평균 7번꼴로 카지노를 드나든 김씨는 그동안 모아둔 재산 6억원을 탕진했다. 2009년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전락했다. 김씨는 한 도박 중독 관리센터에서 상담하면서 "카지노 칩(chip)이 눈앞에 어른거려 참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24일 "강원랜드 감사에서 지난해 13회 이상 카지노를 출입한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빈번한 카지노 출입으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됐다고 추정되는 인원이 총 729명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 중 578명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된 후에도 도박을 끊지 못하고 계속 카지노를 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관계자는 "카지노 인근의 일부 주민도 도박에 빠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카지노 출입 횟수가 가장 많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충북 제천에 사는 이모(여·66)씨였다. 2002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된 이씨는 2003년부터 8년간 총 1277회에 걸쳐 카지노를 드나들었다. 이씨의 '카지노 포인트'는 6015만원. 통상 배팅한 금액의 1%가 적립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씨는 그동안 카지노에서 판돈을 총 60억원 건 셈이다.

서울 노원구에 살았던 이모(여·65)씨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됐지만 도박을 끊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카지노를 1245회 출입한 이씨는 재산을 탕진하고도 계속 카지노 주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씨는 게임을 하던 사람이 자리를 비우면 대신 앉아 배팅을 해주고 수고비를 받는 식으로 연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속칭 '카지노 노숙자'로 전락한 셈이다. 이씨 다음으로 카지노 출입 횟수가 많은 김모(여·68·1183회)씨와 다른 김모(63·1128회)씨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된 후, '카지노 노숙자'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지노 노숙자는 현재 1000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강원랜드가 있는 강원도 정선군의 일부 주민도 도박에 빠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전락하기도 했다. 인근 주민들이 도박에 중독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강원랜드는 정선군 주민의 출입은 매월 1회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도박 때문에 목숨을 끊는 사례는 빈번하다. 국회 안형환 의원(한나라당) 자료에 따르면 강원랜드 주변에서 2006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30명이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관계자는 "강원랜드가 카지노를 출입하는 고객의 신분 확인을 철저히 하지 않은 탓에 주민 113명이 2010년 한 해 동안 매월 7회 이상 카지노를 출입했다"며 "이 중 5명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됐다"고 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정선군에 사는 이모(69)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됐음에도 지난해만 169회에 걸쳐 카지노를 찾았고, 현재까지도 계속 카지노를 출입하고 있다. 감사원은 강원랜드에 "카지노를 상습 출입하는 저소득층을 위한 도박 중독 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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