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현지시각) 미국 남동부 노스캐롤라이나주(州)에 있는 롤리(Raleigh)시. 롤리는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Research Triangle Park)라는 첨단연구단지가 있는 미국 내 대표적인 정보기술(IT)·바이오 도시다. 떡갈나무(oak)가 많아 '오크시(市)'라는 별명이 붙은 도시 곳곳을 걷다보면 숲 사이로 IBM·마이크로소프트(MS)·퀄컴·소니에릭슨·시스코·인텔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IT기업들의 연구소 간판이 보인다.
IBM이라는 로고가 새겨진 건물 1층 로비에 들어서자 '스마터 데이터센터(smarter data center)'라는 문구가 들어왔다. 세계적 IT서비스기업 IBM은 미국·캐나다·독일·싱가포르 등 전 세계 7곳에 클라우드 서비스 전용 데이터센터를 가지고 있다. 그 중 롤리 데이터센터는 지난해 초 문을 연 최신 클라우드 센터다. 연 면적 2만㎥(약 6000평) 크기의 건물 내부는 일반 사무실과 다를 게 없었다.
복도를 따라 걷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표시가 있는 방에 들어가니 축구장 절반 만한 크기의 공간에 2m 정도 높이의 시커먼 서버 300~400대가 보였다. 평상복 차림의 엔지니어 한명이 서버 옆을 돌아다니며 작동의 이상여부를 확인하고 있었다. IBM 엔지니어링·건설서비스 담당 필 칼라브레스 이사는 "전 세계 기업·기관들의 정보가 이 곳에 보관되고 있다"며 "365일 24시간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수시로 서버를 점검한다"고 말했다.
◆ 폭증하는 데이터 감당하는 창고 역할…IT·건설 기술 조화가 경쟁력의 관건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태블릿PC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맥구축서비스·SNS) 등 새로운 기기·서비스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데이터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IBM을 비롯해 아마존·MS·구글·델·페이스북과 같은 내로라하는 IT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구축 작업에 한창이다. 애플도 '아이클라우드'를 준비하면서 노스캐롤라이나 등에 센터를 지었다.
데이터센터는 각종 문서부터 사진·영상 등을 보관하는 일종의 '정보 은행'이라 할 수 있다. 은행의 경우 강도가 들어 고객이 맡긴 돈을 지점에서 훔치면, 본점이나 다른 지점에 보관된 돈으로 고객피해를 보상할 수 있다. 하지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의 경우 잠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서비스에 직격탄을 맞는다. 실제 지난 4월 미국 아마존이 운영하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고가 일어나자, 아마존의 클라우드를 사용했던 징가·포스퀘어 등의 사이트는 최대 11시간이나 먹통이 됐다. 필 칼라브레이스 이사는 "고객의 성격과 데이터의 중요도를 구분해 제2, 제3의 서버에 데이터를 보관하는 백업시스템을 운영중"이라며 "해커들의 공격에 대비해 최고 수준의 방어능력도 갖추고 있다"고 했다.
데이터센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IT기술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전기·토목·건축 등의 기술·노하우도 중요하다. 서버에 안정적인 전력공급은 물론 냉각수가 제때 보충돼 서버실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작동이 멈추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서버 온도가 27도를 넘어서면 자동으로 동작을 중단한다. IBM 롤리 데이터센터의 경우 과거 서버실 온도를 섭씨 18도 수준으로 유지하다, 최근에는 섭씨 23도에도 견딜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서버에서 나오는 열을 식히기 위해 필요한 전기사용이 줄면서 하루에 6메가와트(MW)의 전력을 절감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데이터센터는 지진이나 확장 공사에 대비해 초기 건물을 지을 때 설계작업도 중요하다. 미세한 흔들림에도 반응하는 서버의 오작동을 예방하고 서버를 한 자리에 두고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고객 동의 없이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서버 위치도 이동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 전기·기후 등이 입지에 중요…해외 서비스는 현지센터 구축이 관건
노스캐롤라이나에는 IBM 외에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등이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다. 이들이 이 곳에 센터를 세운 이유는 우선 전기요금이 싸다는 장점 때문이다.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의 전기요금은 1kW(킬로와트)당 0.05달러 수준으로 뉴욕보다 40~50% 정도 저렴하다. 따라서 뉴욕에 센터를 두는 것보다 유지에 필요한 전기요금을 대폭 낮출 수 있다. 또 노스캐롤라이나는 연 평균 기온이 섭씨 9~21도 수준으로 기후가 온화한 편이기에 온도에 민감한 서버를 보관하는 장소로 적합하다. 또 통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인근에 기업 연구소들이 많아 고객층이 두터운 것도 강점이다.
한국의 경우 KT가 천안에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으며 일본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부산 인근에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또 소프트웨어기업 더존비즈온은 지난달 강원도 춘천에 클라우드데이터센터를 열었다. LG CNS도 대규모 센터를 부산에 세울 계획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내에 구축한 센터를 이용, 일본과 중국 등 인접국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가능하나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사업에 나서려면 현지 센터 건설이 시급한 상황이다. IBM의 경우 사업확장을 위해 올해에만 대만·페루·칠레·뉴질랜드·캐나다 등에 6~7곳의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IBM 클라우드서비스 담당 릭 텔포드 부사장은 "독일 기업들의 경우 자신들의 데이터를 외국에 두는 것을 싫어해 IBM은 독일 현지에 직접 센터를 세웠다"며 "앞으로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 패권 경쟁에서 해외에 얼마나 많은 데이터센터를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