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달 출시한 벨로스터 DCT는 기존 스포츠쿠페인 벨로스터에 연료효율성을 끌어 올려주는 더블클러치 변속기(DCT)를 장착한 모델이다. 현대차는 벨로스터를 출시한 지 4개월만에 이 모델을 라인업에 추가했다. 기존 모델의 실제 주행성능이 파격적인 외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일부 지적을 신속히 수렴한 것으로 보인다.
재빠른 대응은 이 차의 개성을 확고히 했다. 단지 변속기만을 바꿨을 뿐이지만 체감성능과 연비효율이 크게 높아졌다. 민첩한 초기 반응에서 맛볼 수 있는 운전 재미는 고성능에 대한 여전한 아쉬움을 어느 정도 달래준다. 국내 최초로 더블클러치 변속기를 탑재한 벨로스터 DCT를 시승한 소감을 적는다.
◆ 'DCT의 힘' 빠른 변속에서 오는 경쾌한 운전재미
벨로스터 DCT의 주행성능은 전반적으로 개성이 뚜렷해졌다. 절대 성능은 여전히 아쉽지만 정숙성이나 안락함을 일정부분 포기하고 스포티한 성향에 주안점을 뒀다.
이 차의 가장 큰 특징인 더블클러치 변속기는 이전까지 수입차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었던 형태다. 홀수 기어와 짝수 기어를 각각 담당하는 2개의 클러치(엔진의 동력을 잠시 끊거나 이어주는 축이음 장치)를 장착해 변속 시 소음과 충격이 적고 빠른 변속이 가능하다. 연비효율 측면에서 유리한 수동변속기와 작동이 편리한 자동변속기의 장점을 결합한 것이다. 그동안 폴크스바겐 대다수 차종과 BMW의 고성능차인 M시리즈 등에 적용돼 왔다.
현대차는 당초 처음 벨로스터의 국내 출시계획 수립 단계에서 직분사식 터보엔진과 더블클러치 변속기를 탑재할 계획이었지만, 실제 출시된 벨로스터는 동급 준중형세단인 아반떼와 동일한 1.6L(리터) 직분사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라는 평이한 조합에 그쳤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부품 단가 차이에 따른 출시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방안이었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아반떼와 크게 다를 게 없다'며 아쉬운 반응을 보였다.
이런 지적을 보완한 벨로스터 DCT의 가격은 신형 변속기 채택으로 기존 모델(익스트림)에 비해 105만원 올랐다. 추가된 편의사양을 살펴보면 일부 선호사양을 최대한 기본 적용해 가격 인상에 따른 고객들의 불만이나 충격을 완화하려는 제작사의 고충이 느껴진다.
기존 모델과의 가격차이 만큼의 실익은 있을까. 우선 공인연비가 기존 모델보다 1L당 1.3km 높아진 16.6km로 향상됐다. 실연비도 도심 주행에서 L당 12~13km 정도는 무난하다. 절대 성능인 최고출력(140마력)은 변함이 없지만, 빠른 변속으로 인해 초반 체감가속도가 크게 높아져 운전 재미를 더했다. 운전대 주변에는 손가락으로 버튼을 눌러 기어를 높이고 내릴 수 있는 패들시프트 변속기를 기본 적용해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는 소비자 욕구를 어느 정도 충당했다.
가속페달을 밟아 보니 빠른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초반 가속능력은 순간적으로 운전자의 몸이 뒤로 쏠릴만큼 힘차다. 변속 속도도 경쾌하다. 순식간에 기어 단수를 높여간다. 고급 세단처럼 부드럽게 올라간다기보다는 거칠게 파고든다는 느낌에 가깝다.
차의 성향은 전반적으로 고(高) RPM(1분당 엔진회전수)이다. 저속에서도 RPM 수치를 순식간에 4000~4500까지 올리며 엔진 배기량의 한계 안에서 토크(torque·엔진이 순간적으로 내는 힘)를 최대치인 17.0kg·m까지 쥐어짜낸다. 순간 순간 짜릿한 가속능력을 보여주지만 아쉽게도 절대 성능에는 한계가 보인다. 시속 150km까지의 가속은 무난해도 웬만큼 긴 직선구간이 아니고서는 시속 190km까지의 가속은 더딘 편이었다. 최고시속을 끌어내기까지의 소요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었다.
역동성에 초점을 맞춘 만큼 정숙성은 기대하기 힘들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은 크지 않지만, 차량의 세팅 자체가 고RPM 지향인 만큼 초반 가속부터 날카로운 엔진 회전음이 창 안을 헤집고 들어온다. 가속 시 직분사 엔진 특유의 소음도 만만치 않다. 다만 일정 속도 이상으로 끌어올린 다음부터는 동승자와 대화가 어려울 정도는 아니다. 어차피 스포츠쿠페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엔진음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부분이지만, 음역대를 보다 묵직한 중저음으로 맞추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스펜션(차량 하체의 충격을 완화하고 코너링 성능을 좌우하는 현가장치)은 벨로스터에서 가장 스포티한 측면으로 꼽을 수 있다. 기존 모델과 마찬가지로 단단하다. 노면 충격이 그대로 전해지지만 고속에서 코너링을 파고드는 느낌은 일품이다. 안정적이면서도 확고하다. 속도에 맞춰 묵직해지는 속도감응형 운전대와 곧잘 어울린다.
◆ 운전 재미 더하는 패들시프트 기본 적용…튜닝 파츠도 별도 판매
벨로스터 DCT는 편의사양 측면에서도 상당부분 업그레이드됐다. 선호사양인 경사로 밀림방지 시스템(HAC), 가죽시트, 파노라마 썬루프 등을 기본 장착해 상품성을 높였다.
기존 모델에도 적용된 편의사양으로는 ▲버튼시동 스마트키 ▲7인치 터치스크린 지능형 DMB 내비게이션 ▲연비운전을 습관화하도록 해 주는 에코가이드 ▲차체자세제어장치(VDC) ▲차량 안정성을 향상시켜주는 샤시통합제어시스템(VSM) ▲타이어공기압 경보장치(TPMS) 등이 있다. 편의·안전사양 측면에서 부족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운전석에 1개, 조수석 측면에 2개의 도어를 장착한 디자인은 여전히 파격적이다. 벨로스터 DCT의 내외관 디자인은 기존 모델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지만, 현대차는 이 차를 출시하면서 커스터마이징(맞춤형) 패키지인 '벨로스터 튜익스'를 함께 선보였다. 외관을 꾸밀 수 있는 스티커 세트와 일부 개조를 통해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부품 세트인 '다이나믹 패키지'로 구성됐다.
스티커 세트는 3종류로 총 9가지인 차체 색상과 조합해 운전자 개성을 나타낼 수 있게 했다. 다이나믹 패키지를 적용하면 차체 하중을 견디는 스프링이나 충격 흡수장치, 롤링(고속 주행 시 차량이 좌우 또는 전후로 흔들리는 현상) 최소화를 위한 지지대인 스태빌라이져바 등 차체 주행성능을 좌우하는 일부 부품을 고성능 부품으로 교체할 수 있다.
실내는 성인 남자에게는 다소 비좁다. 키 180cm 이상일 경우 운전석을 최대한 낮춰야 천장에 머리가 닿지 않는다. 그나마 좌석 높낮이와 운전대 위치를 비교적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어 좁은 실내공간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 조작버튼 위치는 대부분 작동이 어렵지 않은 곳에 있지만, 시동버튼이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에어컨 및 AV시스템을 조절하는 버튼이 모여있는 중앙부) 비상등 스위치 바로 밑에 달려 있어 주행 중 버튼을 실수로 누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벨로스터 DCT의 가격은 2200만원. 기존 모델인 유니크(1940만원), 익스트림(2095만원·이상 자동변속기 기준)에 비하면 105만~260만원 높은 가격이다. 신형 변속기를 장착하고 편의사양을 대거 기본화한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가격대다.
◆ 벨로스터 DCT 출시 의의는…무미건조한 국산차 시장에 활력소 될까
현대차에 있어 벨로스터는 여러모로 파격적인 실험이다. 콘셉트카(차의 개발방향을 살펴볼 수 있는 모델카)에 가까운 독특한 외관과 1만8000대 한정 판매·고객 회원제 운영이라는 마케팅 기법 등 현대차가 올해 도입한 새 슬로건인 'New Thinking, New Possiblities(새로운 생각, 새로운 가능성)'를 함축하고 있는 모델이다. 개발진으로서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업계와 소비자의 기대도 한껏 부풀어 올랐다.
기존 벨로스터는 '겉모습만 화려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현대차가 이 같은 소비자 의견을 수렴해 기존 모델 출시 4개월 만에 벨로스터 DCT를 추가 라인업에 편성한 것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대형 완성차업체가 이처럼 신속한 대응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파격과 안정 사이에서 고뇌하다 어중간한 차가 되어버린 기존 모델의 패착을 일정 부분 인정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나름의 결단을 내린 셈이다.
신형 변속기를 장착하며 전체적인 성능이 향상됐지만 엔진 성능은 여전히 아쉽다. 최근 현대차에 대한 해외의 후한 평가를 감안했을 때 고성능의 터보 엔진을 장착했다면 벨로스터 DCT는 미니 쿠퍼S나 골프 GTI 등 여느 유럽의 스페셜티 카(specialty car)와 비교대상이 됐을지도 모른다. 현대차는 벨로스터 DCT를 내놓으면서 일정 규모 이상의 수요가 충족되어야만 새 모델을 출시할 수 있는 대중차업체라는 현실과 아직까지는 소비자의 대중차 구매시 성능보다는 구매가격이나 유지비가 우선일 수 밖에 없는 국내 시장의 한계 속에서 최대한의 절충안을 선택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벨로스터 DCT는 반가운 차다. 평이한 차종에 주력하던 대중차업체가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모험이 필요하다. 과거 닛산의 페어레이디나 혼다 S2000 등 일본 대중차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개발한 스포츠카는 판매량은 많지 않을지언정, 업체의 도약에 든든한 발판이 되어 주었던 모델이다. 현대차가 이 차의 당초 판매목표를 채우지 못하더라도 개발진의 '도전의식'이라는 무형의 이익을 무시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 보다 더욱 과감한 시도를 기대해야 한다. 양적인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벨로스터의 출시는 참신성 면에서는 만점을 주기는 어렵지만, 현대차의 새로운 돌파구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준 지표로 받아들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