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존재가 확인된 적은 없지만, 어딘가 있을 것만 같은 외계생명체. 영화 속 외계생명체는 ET처럼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지구를 침략하는 악당으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실제 어떨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그들이 우리를 침략하는 건 과연 영화 속에만 볼 수 있는 상황일까? 미국 연구진이 외계생명체가 존재할 경우 지구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공개했다.

그래픽=조경표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와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진은 최근 “지금처럼 인류의 문명화가 지속하면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할 수 있다”면서 “온실가스 배출이 그들에게 우리의 문명화를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외계생명체와 인류가 만났을 때 일어날 수 있는 가상 상황을 목록으로 만들었다. 외계생명체와 인류가 접촉하는 것이 인류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를 따져보기 위해서다. 목록에는 외계생명체가 지구에 도움이 되는 경우, 별 영향이 없는 경우, 해가 되는 경우가 각각 들어 있다.

연구진은 먼저 지구에 도착하는 첫 외계생명체가 설사 ET처럼 친근한 이미지를 갖고 있더라도 인류의 쇼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구 인류의 입장에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외계생명체와의 교류를 통해 기아와 빈곤, 질병을 극복할 정보를 얻는 것이라고 했다. 그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해 기술을 배우는 것도 좋은 시나리오에 포함됐다. 연구진은 이런 상황이 인류에게 우주의 경쟁자를 물리쳤다는 승리감을 느낄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기술을 배울 기회가 되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만약 외계생명체와 의사소통이 안 돼 정보를 얻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인류가 침략자들에게 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이어 외계생명체가 매우 관료적이고 지루한 문화를 갖고 있는 경우, 우리와 우주 클럽의 친구가 되는 것이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들의 존재가 우리에게 별 영향이 없는 경우다. 또 지난 2009년 개봉한 영화 디스트릭트9에서 처럼 외계인이 불시착해 망명 캠프를 만들어 살며 지구의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가장 해로운 경우로 영화 인디펜던스데이에 그려진 것처럼 인류가 외계생명체의 공격을 받는 경우를 꼽았다. 이 경우 지구는 완전히 파괴되고 질병이 인류를 휩쓸고 갈 위험이 있다. 연구진은 이어 외계생명체의 공격이 인류의 문명화가 진행되는 초기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문명화가 진행될 수록 그들에게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외계생명체가 지구의 문명화를 판단하는 기준이 ‘온실가스’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명화가 진행될수록 온실가스 배출이 늘고, 지구의 대기 성분이 바뀌는데 이 것이 그들에게는 좋은 신호가 된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지금 지구의 대기 상태는 통제 불능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외계인에게 감지될 수 있는 초기 상태일 수 있다”고 했다.

연구를 주도한 샤운 도마갈 골드만 박사는 “공격적인 외계생명체가 인류를 잡아먹거나 노예로 만드는 것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산업화를 위한 기술을 얻기 위해 우리를 약탈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다른 행성에서 지구의 대기 성분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