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 한진중공업회장이 18일 국회 청문회에서 난타당했다.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한진중공업의 노동자 정리해고와 그 이후 이어진 조 회장의 무책임한 행동을 비판했다. 청문회장에 자리한 해고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은 조 회장을 둘러싸고 "그만 죽이십시오"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는 조 회장에 대한 성토로 시작해 훈계로 이어졌다. 제일 먼저 질의를 맡은 이범관 한나라당 의원은 "회사 경영이 어렵다면서 주주들에게 고액을 배당했다. 해외 수주를 위해 출장을 갔다면서 정작 국내에 있었다. 이런 부도덕하고 윤리적이지 못한 모습 때문에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경 민주당 의원도 "영도조선소는 다른 조선소보다 영업이익률이 높은데도 지난 3년간 수주가 제로였다"면서 "조 회장이 영도와 수빅조선소의 수주를 조작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조 회장은 "가격 경쟁력이 수빅조선소가 더 좋았다. 전 세계 추이가 대형선박으로 옮겨가고 있고 수빅이 더 싸게 납품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오전 청문회의 하이라이트는 정동영 민주당 의원의 질의였다. 정 의원은 부산 영도조선소를 직접 방문하며 이번 사태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정 의원은 "해고는 살인이다. 사람을 죽이지 말아라. 증인은 재벌의 아들로 태어나서 해고가 무엇인지 모른다"며 "더는 죽이지 말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한진중공업 사태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상과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조 회장을 강하게 질책했다. 이에 조 회장은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생기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이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갑자기 출국한 점도 비판을 받았다. 손범규 한나라당 의원은 "실질적인 한진중공업의 지배자인 사람이 국회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이제 보니 국내에 있었다는 것 아니냐"며 "국내에 있으면서도 외국에 있었다고 한 것은 공무집행방해죄"라고 지적했다.

영업 현황과 회사 재무 부분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여야 의원들은 최근 3년간 자료를 제시하며 한진중공업이 수백명이 넘는 사람을 구조조정할 정도로 어렵지 않다는 주장을 펼쳤다. 같은 시기 다른 조선사들이 정리해고 없이 경쟁력을 높인 점을 들어 한진중공업 경영진의 책임이 크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조 회장이 회사의 구체적인 경영 문제에 대해서는 함께 자리한 이재용 사장에게 답변을 대부분 떠넘겨 의원들의 빈축을 샀다.

오전 청문회가 끝나고 조 회장이 퇴장하는 순간에는 한진중공업 노조원들이 조 회장을 둘러싸고 "그만 죽이십시오"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시종일관 고개를 숙이며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정리해고 철회 불가 등 기존 입장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 오후 청문회에는 정동영 의원이 고공크레인에서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의 전화 연결을 예고해 조 회장이 더욱 궁지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희망버스'를 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범관 한나라당 의원은 "희망버스가 갈등을 조장하는 절망버스가 됐다"며 "일부 정치인이 활용하는 정치버스화 된다고 하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해고노동자들의 손을 잡아주고 가능하면 노사간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게 맞다고 본다"며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한 의원들을 폄하하지 말아달라"고 맞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