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훈 현대자동차노조위원장이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며 조합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새끼손가락을 잘랐다.

이 위원장은 16일 오후 6시30분쯤 울산 양정동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잔디밭에서 열린 조합원 보고대회에서 노사간 임단협 교섭 상황을 설명하던 중 “오늘 함께 가겠다고 조합원 여러분에게 단지(斷指)로 맹세하겠다”며 손도끼를 꺼내 왼쪽 새끼손가락 일부를 절단했다. 이날 행사에는 약 2000여명의 조합원이 모여 있었다.

이 위원장은 곧바로 노조 간부의 부축을 받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노조 관계자는 “임단협이 쉽게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조합원을 단결시키기 위해 자해라는 수단을 사용한 것 같다”면서 “위원장은 현재 부산 인근 봉합전문병원으로 옮겨져 검사 후 오후 10시쯤부터 봉합수술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6월8일 임단협 첫 상견례를 시작으로 총 18차에 걸쳐 본교섭을 진행했다. 그러나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임금성과급요구, 정년연장 등 핵심안건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지난달 27일 교섭결렬을 선언한 바 있다. 또 지난 12일 현대차는 노조측에 금일(16일) 본교섭을 재개하자고 요구했지만 노조 측의 반대로 무산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노조 내부에서도 전혀 몰랐던 만큼 이 지부장의 손가락 절단은 돌발행동이었다”면서 “회사가 최대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조합원들의 눈이 높아졌고 현장 조합원들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실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