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홍경희(48)씨는 추석 명절에 쓸 제기 세트를 마련하기 위해 전자상거래 사이트 G마켓에 가입하려 했지만 포기했다. 이 사이트가 '이름·전화번호·주소 등 개인정보를 다른 회사에 제공할 수 있다'는 항목에 동의하지 않으면 회원 가입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옥션·인터파크 등 다른 상거래 사이트도 마찬가지였다.

홍 씨는 "단순히 10만원 안팎의 물건을 하나 살 뿐인데 개인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한다는 게 여간 찜찜하지 않았다"며 "결국 근처 대형마트에서 제기 세트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이름·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는 원하는 회원에 한해서 타인에게 제공할 수 있지만,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사실상 의무 사항처럼 이를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정보 제 3자 제공'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회원 가입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조선비즈가 10일 G마켓·옥션 등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와 티켓몬스터·쿠팡 등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가입 조건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업체들이 개인정보 제공 항목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회원가입을 받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는 엄연한 실정법 위반이다. 지난 4월 개정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개인정보의 제 3자 제공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회원가입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은 3개월 간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달 본격 시행됐다.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100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다.

업체들이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 제 3자 제공에 집착하는 것은 할인쿠폰 발행 등 각종 마케팅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상거래 회사들은 마케팅 활동을 외주업체에 위임하고 있다. 이 때 외주 회사들이 쿠폰·전단지 등을 각 회원에게 배송하기 위해 이름·주소 등 개인정보를 전자상거래 업체들로부터 전달받는 것이다.

외주 마케팅 업체들은 전자상거래 회사들보다 규모가 영세하고, 개인정보 보안시설도 취약한 실정이다. 그 만큼 제공된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악용될 소지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법에 저촉되지 않으면서도 기존에 진행하던 쿠폰 마케팅 등은 그대로 시행해야 하다 보니 시스템 개발에 다소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수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윤리과장은 "준비기간을 거쳤으나 아직 업체들이 개정된 법에 맞는 시스템 구축을 못하고 있다"며 "홍보 등을 통해 법에 맞게 사이트를 개정하도록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