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업체에 군사기밀을 팔아먹은 사람이 경기도에 70억원대 사설 비행장과 경비행기 여러 대를 갖고 있어요."

중년 남성 제보자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제보자가 지목한 사람은 군가기밀을 빼내 미국 록히드마틴사에 넘긴 혐의로 지난 3일 기소된 김상태(81·사진) 전 공군참모총장이었다.

6일 오후 경기 여주군 가남면. 영동고속도로 여주IC를 빠져나와 20여분을 달리자 저 멀리 활주로와 회색 F-5 전투기, 경비행기 여러 대가 보였다. 김 전 총장이 소유한 사설 비행장이었다. 1982~1984년 공군참모총장을 지낸 그는 1995년 미국 록히드마틴의 국내 무역대리점인 승진기술을 설립해 돈을 벌었다. 2000년 무렵부터 이곳 약 4만㎡의 야산을 깎아 활주로와 부속 시설들을 지었다. 10㎞쯤 떨어진 여주군 점동면 남한강변에도 약 500m 길이의 제2 활주로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날 비행장 출입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직원은 "총장님은 이곳에 안 계신다"며 전화를 끊었다.

김 전 총장은 이 비행장을 비행 체험 학교로 운영하고 있다. 비행장 입구 간판에는 '당신도 비행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교관과 함께 경비행기를 타고 부근을 비행하는 데 시간에 따라 5만~10만원씩을 받는다.

경비행기 조종사 자격 시험 일부를 면제받을 수 있는 교육 과정도 마련돼 있는데 2~3개월 과정에 수강료가 500만원이 넘는다.

비행학교의 교장은 김 전 총장이고, 훈련부장은 장모(58) 예비역 공군 대령이다. 승진기술의 부사장을 겸하고 있는 장씨는 이미 지난 4월 초 2~3급 군사기밀 17건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돼 최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수십 건의 군사기밀을 유출하고 2009~2010년에만 25억원의 수수료를 챙겼다고 검찰은 밝혔다.

비행장 인근의 마을 주민들은 불만이 많았다. 60대 남자는 "여기 주민 200여명이 여주군청 등 관계 기관에 소음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여태껏 아무런 소식이 없다"고 했다. 축산업을 하는 50대 남자는 "하루에도 수십 번 이착륙하는 비행기 때문에 가축들이 놀라 날뛴다"고 했다. 2009년에는 인근 과수원에 경비행기가 추락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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