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조경표

기름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4일 유가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서울지역의 보통 휘발유 평균가격은 리터당 2029.20원을 기록,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지난 2008년에 기록한 역대 최고치 2027.78원을 지난 2일 훌쩍 넘고도 기름값의 오름세는 계속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기름값 무서워서 차 끌고 다니겠냐'면서 기름값의 상승 행진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서울 서초구의 윤형노(32)씨는 "리터당 2000원을 훌쩍 넘는 기름값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들은 국제유가가 상승했으니 기름 값이 오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1일 113달러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보통 휘발유 가격도 최저 123달러에서 129달러까지 상승했다. 싱가포르 휘발유 가격과 2주 정도 시차로 연동하는 국내 기름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 국제 기름값과 따로 노는 국내 기름값

하지만 소비자들은 지난 2008년 두바이유가 최고점을 기록했을 때와 비교하면 현재 두바이유 가격에 비해 국내 기름가격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2008월 7월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40달러 수준까지 올랐고 당시 국내 전국 평균 보통휘발유 가격은 리터 당 1950.02원이었다. 하지만 현재 두바이유는 배럴당 109달러로 30달러 가량 낮지만 전국 평균 보통 휘발유 가격은 1953.37원으로 오히려 3원 가량 높다.

◆ "그 때와는 세금-환율이 다르다"

정유업계 측은 2008년과 단순 비교하기엔 기름값에 붙는 세금수준과 원화가치가 다르다고 말한다. 2008년에는 두바이유값 상승에 따라 할당관세와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내려줬으나 이번엔 그런 조치가 없다는 것이다. 2008년 당시 정부는 3%의 할당관세를 1%까지 낮춘 바 있다. 또 일시적으로 유류세를 리터당 83원 정도 인하했었다.

업계 관계자는 "기름값의 48%가 세금이기 때문에 세금수준이 기름값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2008년엔 일시적인 조치가 있었기 때문에 현재 수준과 비교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환율도 한몫한다는 주장이다. 당시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1000원 안팍이던데 반해 최근 환율은 1050~1060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서 원유를 들여오기 때문에 환율에 영향을 받는다"며 "환율만 놓고 봐도 2008년보다는 휘발유 가격이 높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강경한 정부 vs 맞서는 정유업계

기름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유류세 인하 전망도 나오고 있으나 정부는 여전히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8년 유류세를 인하했을 때 효과가 낮았던데다 매달 1000억원씩 세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류세 인하는 배럴당 130달러 이상이 되어야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정도다.

특히 보름 전 임종룡 기획재정부 차관은 "지난달 국제휘발유 가격이나 환율, 지난 1~3개월간의 정유소와 주유소 마진을 볼 때 리터 당 1880원대가 적정하다"고 말했다. 또 "정유사들의 리터당 100원 인하정책이 실제로 100원 할인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정유사들이 기름값 할인을 되돌린다는 이유로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기름값 인상에 정유업계의 책임이 더 크다는 데 비중을 둔 발언이다.

하지만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팔비틀기 식으로 리터당 100원씩을 낮춰 SK이노베이션이나 S-OIL의 영업익이 급감하지 않았느냐"며 "더 이상 업체들이 잘 팔고도 손해보는 식의 장사는 하지 않으려고 들 것"이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민간업체들에게 책임을 떠넘겨서 해결할 수 있는 분위기는 지난 것 같다"며 "대안주유소나 장부 들여다보기 같은 실효성 없는 정책을 내기보단 유류세 인하를 검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