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글로벌 '바이오 산업 경주(競走)' 속 세계 각 국가의 위치는 어디쯤일까. 최근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이 올해 세계 주요 국가들의 바이오 산업 관련 경쟁력을 총정리한 '월드뷰(Worldview: a global biotechnology perspective)'를 공개했다. 특허, 기업환경 등 바이오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전반적인 요소들에 대해 48개국을 조사해 부문별 경쟁력 점수를 발표한 것. 결과는 미국이 통상적인 인식대로 전반적으로 강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그 외 국가들은 대부분 조사 부문별로 순위가 엇갈리면서 세계적으로 치열한 '바이오 산업 전국시대(戰國時代)'를 반영했다. 부문별로 각국의 '바이오 산업 점수'를 살펴본다.
◆미국 강세… 나머지는 '춘추전국'
이번에 국가별 경쟁력 순위가 공개된 조사 부문은 특허(IP), 집중도(intensity), 기업환경(enterprise support), 교육/인력(education/workforce), 산업기반(foundations) 등 5개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부문별로 세부 조사항목을 두고, 항목마다 1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겨 종합 순위를 산정했다. 예를 들어 기업환경 부문에는 그 나라의 벤처캐피털 규모, 기업 친화적 제도 등이 세부 조사항목으로 포함됐다.
국가별 경쟁은 치열했다. 각 부문에 걸쳐 전체적으로 강세를 나타낸 나라는 미국이 유일했다. 미국은 특허와 교육/인력 순위가 모두 세계 1위를 기록했고, 산업기반 순위(9위)를 제외하면 다른 순위도 3위권 이내였다. 반면 다른 나라들은 항목별로 5위권 이내를 기록한 국가가 거의 겹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바이오 산업 경쟁의 '무기' 역할을 하는 특허 경쟁력은 미국에 이어 벨기에·캐나다·덴마크·핀란드·일본 등이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일본이 10위권 안에 들었다. 반면 기업환경 경쟁력 조사에서는 홍콩, 싱가포르, 미국, 말레이시아, 이스라엘이 1~5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강소국(强小國)들의 기업 친화적인 환경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
산업기반과 집중도 분야에서는 유럽 국가들이 대체로 강세를 보였다. 산업기반이 뛰어난 국가 1~5위는 스웨덴, 핀란드, 이스라엘, 스위스, 일본이 차지했다. 반면 국가적인 바이오 산업 집중도는 덴마크, 미국, 스위스, 호주, 에스토니아가 1~5위였다. 교육/인력은 신흥 국가와 기존 강국들이 고르게 분포했다. 1~5위가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뉴질랜드, 호주, 영국 순이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단순히 바이오 산업이 얼마나 번창하는지뿐만 아니라 종합적인 기반 경쟁력을 보여주기 위해 조사항목을 다변화했다"고 밝혔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각 항목 점수를 합친 종합 순위도 공개했다. 1~5위는 미국, 덴마크, 스웨덴, 캐나다, 호주 순이었다.
◆한국, 아직 중진국 수준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바이오산업 현주소는 중진국 수준이다. 전체 순위로는 19위를 기록했다. 산업기반과 교육·인력 부문에서는 비교적 높은 평가(8위, 13위)를 받았지만, 산업 집중도와 기업 환경 부문(25위, 31위)에서는 전체 순위의 절반에도 못 드는 낮은 평가를 받았다. 특허는 중간 수준(공동 16위)이었다. 인재와 투자 측면에서는 크게 뒤떨어지지 않지만 바이오산업에 대한 국가적인 집중력이나 제도 환경은 낙후됐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 환경은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는 물론 태국, 중국, 일본 등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1위 홍콩(9.78점)에 비하면 점수(4.6점)가 절반도 못 미쳤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아시아 국가 중 '주목할 만한 국가'로는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를 꼽았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바이오 벤처기업 육성과 연구개발을 위해 100억달러(약 10조원)를 투자하는 등 집중적인 바이오산업 육성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단순히 신약 연구개발 같은 결과물을 위한 투자만 하는 게 아니라 산업 전반의 선순환을 만들 수 있는 종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아시아 국가들의 선두 수준까지 올라가는 게 일단 숙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