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를 떠받치는 미국이 디폴트(default·채무지불불능) 사태로 접어드는 초유의 상황을 막으려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존 베이너 하원의장(공화당), 해리 리드 상원 대표(민주당) 등 여야 지도부가 일요일인 24일(현지시각) 백악관에 총출동해 협상안 처리에 골몰하고 있다.

CNN을 비롯한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여야 지도부는 현실로 닥친 미국 디폴트 사태를 막기 위해 주말도 반납한 채 치열한 협상을 펼쳤고, 시시때때로 언론에 대고 상대방을 비난하기도 했다.

미국 여야 지도부는 일단 24일 오후 6시(한국시각 25일 오전 7시)까지 부채 협상안을 마무리한다는 구상이다. 이 시간까지 부채 협상안이 타결되지 않으면 곧바로 열리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 홍콩 증시에 미국 디폴트 사태 우려로 인한 하락 증세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와 공화 양당은 일단 급한 불인 올해 부채 상한선을 올리는 데에는 합의했다. 하지만 내년 부채 상한선을 올리는 과정에서 공화당은 별도의 위원회에서 다루자고 제안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에 일괄적으로 3조~4조 달러를 같이 올리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내년 부채 상한 문제로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는 이유는 2012년 차기 대통령 선거 때문이다. 부채 감축 방안에서도 양당은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미국 정부 부채를 줄이려고 부자들에게 세금을 걷는 세수 확보 방안을 내놓았지만, '절세(tax-cut)'와 '작은 정부 구현'이 신조인 공화당은 세금 인상 대신 의료보험 축소 등 정부지출을 줄여 나랏빚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오바마 정부의 상징인 의료보험 확대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 대표는 "공화당이 98%의 보통 미국 시민은 멀리한 채 2%의 최상위 부자만을 위한 정책을 펼친다"고 비난한다. 가이트너 미 재무부 장관은 "24일까지는 부채 협상이 마무리돼야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안심시킬 수 있다"고 공화당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 소속인 베이너 하원 의장은 "아시아 증시보다는 우리 부채 협상이 먼저"라며 24일까지 협상이 끝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공화당이 부채 협상을 느긋하고 보는 것은 아니다. 공화당 관계자는 "25일(현지시각)까지 협상안이 나와야 27일에는 표결에 부칠 수 있어 디폴트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