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재테크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달러당 1059.7원으로, 한 달 전보다 2.47% 절상됐다(환율 하락). 지난 4월 달러당 1100원의 벽을 깬 환율은 지난 8일엔 달러당 1057원까지 내려가 거의 3년 만에 1050원대로 떨어졌다(원화 강세).

물가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정부 정책을 고려하면, 연말쯤엔 환율이 달러당 1020~1040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는 의견도 많다. 심지어 유럽 재정위기만 잘 마무리되면 달러당 900원대로 내려가 '환율 세자릿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도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 사이에선 원화 강세 시대의 자산운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도 환율 움직임만 잘 활용하면 투자 수익을 높이고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조언한다. 원고(高)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을 수 있는 3대(大) 포인트를 소개한다.

원화 강세 수혜주를 노려라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여행·항공·철강·음식료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이들 기업의 주식에 투자를 검토해볼 만하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동준 신한금융투자 투자분석부장은 "원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면 같은 비용을 들여 해외에 나가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구매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 여행주나 항공주의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보이며, 수입 원자재 비중이 높은 철강주나 음식료주 역시 원가 절감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외화 부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도 부채 상환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원화 강세 수혜주의 하나로 꼽힌다.

그래픽=신용선 기자 ysshin@chosun.com

반면 고환율에 힘입어 수출이 늘어났던 자동차 등 수출 중심 업종은 환율 하락에 따른 피해주로 분류된다. 다만 황나영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주는 과거엔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해외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비중이 높아서 예전만큼 환율 민감도가 높지 않다"며 "환율 하락만 갖고서 수출주가 부정적인 영향을 입는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환헤지 여부 따라 수익률 배 차이

전문가들은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원화 강세(환율 하락)를 묵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화 강세가 예상되는 시점(환율 하락기)에 해외펀드에 투자한다면, 환(換)헤지(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는 것)에 관심을 둬야 한다. 펀드에 투자해 수익이 났어도 환율이 수익을 갉아먹어 '앞에선 남고 뒤로는 밑지는 장사'를 할 수 있어서다. 환헤지를 하면 정해진 가격에 환거래를 하게 되지만, 환헤지를 하지 않은 경우엔 내린 환율이 그대로 적용돼 원화 환산 수익률도 그만큼 낮아지게 된다.

19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최근의 원화 강세 때문에 환헤지를 한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환헤지를 하지 않은 펀드보다 최대 두 배 이상 높았다. 김인응 우리은행 강남PB센터장은 "앞으로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면 해외펀드 가입 시 환헤지 상품을 선택해 환율 변동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물론 해외펀드 환헤지가 만능은 아니다. 3년 이상 장기로 투자한다면 환헤지 수수료 부담이 만만치 않아 오히려 펀드 수익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갖고 있는 달러는 서둘러 환전

원화 강세 시대에 재테크의 기본 공식은 달러 현금이나 달러 자산 보유를 피하라는 것이다. 1만달러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은 한국 돈으로 1050만원 정도를 가진 셈이지만, 환율이 계속 하락하면 가치가 1000만원으로 줄어들 수 있다. 강우신 기업은행 강남PB센터장은 "앉아서 손해 보지 않으려면 장롱 속에 얼마씩 갖고 있는 달러도 가급적 줄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기러기 아빠나 유학생 부모는 환율 움직임에 따라 울고 웃는다. 원화 강세를 예상한다면 미국 달러화를 사는 시기는 최대한 늦추고, 자녀에게 돈을 송금하는 시기도 늦추는 것이 유리하다. 해외 여행객은 최소한의 경비만 현금으로 바꿔 가고, 현지에선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현지에서 카드를 긁으면 카드 사용시점의 환율이 아니라 카드사에 결제 정보가 접수되는 3~4일 후의 환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