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HSBC 본사에서 조봉현부대표가 국내증시 전망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ecaro@chosun.com

“대외 악재가 한국 증시의 발목을 잡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영향력은 예전보다는 크지 못합니다.”

올 초부터 국내보다는 대외 변수가 주가를 요동치게 하면서 해외 뉴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외국계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HSBC증권의 조봉현 리서치센터장 및 부대표는 대외 악재가 국내 증시에 갖는 영향력은 줄어들지만, 여전히 주가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중국과 유럽 투자자들을 각각 만나고 돌아온 조 부대표는 "유럽 현지 투자자들은 남유럽 재정문제를 상당히 심각하게 평가하지만, 재정불량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 증시가 악재에 반응하는 정도는 예전보다 덜 민감하다"고 말했다.

"미국 금융위기 때처럼 악재가 과거에 발생했을 때는 주가가 쉬지 않고 곤두박질 치는 모습을 보였다면, 요새에는 주가가 내렸다가 다시 올라오곤 합니다. 예전만큼 투자자들이 외부 악재에 민감하지 않은 겁니다."

―국내 주가의 발목을 잡을 대외 변수라면 어떤 것이 우려됩니까.
"▲유로존 위기, ▲미국 경제 회복 지연, ▲중국의 물가 상승, 이렇게 세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재정불량국(PIIGS)의 문제는 당장 사라질 악재가 아니라 당분간 계속될 겁니다. 이미 투자자들은 유로존 위기에 대해 내성(耐性)을 형성한 것 같고 주가에도 많이 반영된 상태입니다. 프랑스독일 같은 경제 대국이 도울 것으로 투자자들이 기대하고 있기도 하고요. 따라서 유로존 위기가 증시에 갖는 악영향은 예전보다 약해졌지만, 여전히 주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중국 물가와 당국의 긴축기조는 어느 지점에 와있다고 봅니까.
"중국은 최근 들어 금리를 가파르게 올렸고 물가는 고점을 치고 서서히 안정될 것으로 봅니다. 중국의 긴축정책은 거의 마지막 단계에 와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반기부터는 물가가 안정되면서 중국 증시의 기업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러나 만일 물가가 안정되지 못해서 중국이 긴축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면 신흥국 경제에 전반적으로 부담이 될 겁니다. 투자자들은 중국 물가지표를 눈여겨봐야 합니다."

―올 하반기 국내 증시 분위기는 어떻게 전망합니까.
"지난해 하반기보다 주가 상승세는 둔화할 것입니다. 코스피지수는 연말 2200까지 보고 있습니다. IT기업들의 주가가 좋아지지 않는 이상 코스피지수가 큰 폭으로 오르기 어렵다고 봅니다."

―현재 코스피지수가 2100대입니다. 연말에 2200선에서 그칠 것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국내 기업들의 ROE(자기자본수익률)이 상당히 개선이 된 상태지만, 대외 변수 때문에 주가가 크게 상승할 수는 없어요. 또 지난해 주가가 많이 오르기도 해서 다른 신흥국 증시보다 덜 저렴해진 편입니다."

―신흥국 증시 중에서 한국에 대한 투자의견은 좋은 편입니까.
"HSBC는 한국 증시에 대해 1분기에 '비중확대' 의견을 줬다가 2분기부터 '중립(neutral)'으로 낮춰서 주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팔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한국 증시가 아시아 증시 중 저평가된 것은 여전하지만, 다른 신흥국 증시와 비교했을 때 예전보다 덜 저렴해졌다는 말입니다. 특히 작년부터 중국이 긴축하면서 중국 증시보다 한국 증시에 자금이 들어왔는데, 중국의 물가 수준이 개선되면 중국 증시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상하이종합주가도 반등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현재 중국과 대만에는 '비중확대'를 주고 있습니다."

―하반기 국내 증시에서 매수를 추천하는 업종이 있습니까.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가운데 자동차와 정유 업종을 좋게 보고 있습니다. 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