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은 간편하고 정확하지만, 기계적이고 반복적이라 딱딱한 느낌을 준다. 최근 IT기기는 이러한 디지털 기술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아날로그적 감성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단순히 버튼만 누르는 것이 아니라 몸을 움직여 기기를 작동하는 체감형 환경이나 복고풍 디자인을 적용해 '사람 냄새'가 나게 하는 식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만난 디지로그(digilog)형 IT기기라고 할 수 있다.
◆아날로그식 터치로 '손맛' 느낀다
디지로그 제품의 특징은 단순히 디지털 신호로 작동하는 것을 벗어나 '손맛'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터치 기능을 적용한 제품이 대표적이다.
캐논의 캠코더 '빅시아(VIXIA HF M41)'는 화면을 누르면 아날로그적인 재미를 만들어내는 제품이다.
터치패널을 통해 제품을 조작하는 것은 물론이고, 디지털 영상에 직접 메시지를 그려놓고 저장할 수 있다. 손이나 터치 펜으로 앨범에 낙서하듯 결과물을 꾸미는 것이 가능하다.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만들어주는 '올드필터' 등 다양한 꾸미기 기능도 제공한다. 가격은 95만원(이하 다나와 최저가 기준).
게임과 같은 놀이문화도 옛날처럼 사람이 직접 움직이는 방향으로 회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 컨트롤러 '키넥트'는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신체의 움직임을 인식한다. 별도의 조작 장치 없이 몸만 움직여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이용자 자체가 조종기(컨트롤러)가 되는 셈이다. 동작인식이 꽤 정교해 자동차 경주나 스포츠 게임을 할 때는 실제로 차를 운전하고 공을 던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게임기 본체인 'X박스360'이 필요하다. 동작인식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키넥트와 2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움직여야 한다. 15만원.
◆딱딱한 디지털의 느낌을 부드럽게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컴퓨터 속에서 조용히 잠자고 있다가 그냥 잊히는 경우가 많다. 후지필름의 'PIVI MP-300'은 디지털파일을 실제 사진으로 인화할 수 있는 휴대용 프린터다. 적외선 무선통신 기능이 있는 휴대전화나 디지털카메라에서 보낸 사진을 무선으로 받아서 출력할 수도 있다. 인화할 이미지를 미리 확인하고 똑같은 사진을 몇 장이고 제한 없이 출력할 수 있다. 화질도 비교적 우수하다. 건전지와 즉석사진기용 필름을 쓰기 때문에 유지비가 제법 들어간다. 16만원.
동영상이나 사진을 볼 수 있는 멀티미디어 기기도 추억을 위한 디지털 액자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소니의 10인치 멀티미디어 기기 'DPF-D1020'은 방 한쪽에 설치해두고 사진이나 동영상을 감상하기 좋다. 맘에 드는 디지털 사진을 여러 장 저장해놓고 액자처럼 쓸 수 있다. LED(발광다이오드) 램프를 내장해 고품질의 사진을 재현하며, 주변 밝기에 따라 빛 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MP3 음악과 동영상도 재생할 수 있어 활용 범위가 넓다. 타이머 기능으로 원하는 요일과 시간에 따라 자동으로 켜고 끄도록 설정 가능하다. 멀리서도 조작이 가능한 무선 리모컨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16만6000원.
◆예스럽고 자연친화적 디자인 도입
아날로그 디자인을 결합한 제품도 있다. 미녹스의 'DCC 5.1 plus'는 디지털카메라의 편리한 기능과 필름카메라의 고전적인 디자인을 모두 갖춘 제품이다. 20세기 중반의 클래식 카메라 디자인을 본뜬 미니어처 제품이다. 사이즈는 성인 남성의 주먹보다 작다. 무게는 110g에 불과해 휴대하기에 적합하다. 작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조작법은 일반 디지털카메라와 같다. 몇몇 기능은 필름카메라처럼 수동으로 조정할 수 있다. 장난감 카메라에 가까운 만큼 사진의 화질은 휴대폰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다. 35만원.
모츠의 '감성라디오 시즌2'는 장미목과 단풍나무 원목으로 제작한 수제(手製) 라디오 겸 MP3플레이어다. 외관에 나무의 결이 그대로 살아 있다.
내장 안테나를 뽑으면 FM 라디오를 들려준다. 마이크로 SD카드를 끼우면 MP3플레이어가 된다. 스마트폰과 연결해 외장 스피커로 쓸 수도 있다.
성인 남성의 엄지손가락보다 조금 더 큰 크기에 무게는 17g. 휴대하고 다니기 좋다. 차가운 금속 느낌에 질렸다면 추천할 만하다. 4만4000원.
>> 디지로그(Digilog)
디지털(digital)과 아날로그(analog)의 합성어. 첨단 디지털 기술에 복고풍 감성을 융합한 디자인이나 IT 기기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