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외이사 10명 중 9명은 지난 한해 올라온 이사회 안건에 대해 100%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주주의 경영전횡을 감시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사외이사제도가 소액주주 이익보다는 대주주 결정에 끌려간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한해 시가총액 상위 100개 상장사 이사회 안건결의 결과를 보면, 전체 466명의 사외이사 중 420명(90.1%)이 올라온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찬성이 아닌 의견(반대·보류·기권·수정·조건부 찬성)을 한 번이라도 제시한 사외이사는 전체 9.9%인 46명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수차례 지적돼 온 사외이사의 거수기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의견을 거의 내지 않는 사외이사들로 인해 지난해 100대 기업이 이사회에 올린 2685개의 안건 중 부결된 경우는 단 4건뿐이었다.

사외이사제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당시이던 1998년, 지배주주를 비롯한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시·감독함으로써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 이익을 보호하려고 도입됐다. 증권거래법은 '상장기업은 이사의 4분의 1'(자산 2조원 이상 상장기업 또는 금융사는 2분의 1)을 의무적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실에서 나타난 사외이사의 문제점은 임원 연봉 인상, 이사 보수 한도 승인, 계열사 유상증자 참여 등 소액주주 이해와 충돌할 수 있는 중요 안건을 심의하면서 대주주 편에 서서 일사천리로 통과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13차례 이사회를 열어 28건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사외이사 4명은 단 한 차례도 반대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

롯데쇼핑도 14차례 이사회를 열어 '홍콩 현지법인 자본금 증자' 등 87건을 처리했지만 사외이사 반대는 한 번도 없었다. 사외이사들이 한 번이라도 안건에 반대나 보류의견을 제시한 사례가 있는 기업은 100대 기업 중 신한지주·KB금융·한국전력·KT&G·금호석유·강원랜드·외환은행 등 7개 사뿐이었다 .

하지만 사외이사들은 "이사회가 열리기 전 충분한 협의를 한다"고 설명한다. LG전자의 한 사외이사는 "회사 측의 사전설명과정에서 사외이사들도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고 논쟁 끝에 수정된 내용이 최종 안건으로 올라간다"며 "밖에서 볼 때 반대의견이 없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외이사들이 책임감을 더 가져야 한다는 지적은 많다. 전성철 IGM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은 "지금까지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한 회사의 의사결정을 놓고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사외이사에 그 책임을 묻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며 "사외이사들도 사내 이사만큼이나 의사결정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