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코리아는 최근 자동차 판매가 잘돼 임직원들의 얼굴이 활짝 폈다. 지난 5월 말 국내 판매 중인 차종에 대해 가격 인하를 단행한 덕분이다. 볼보코리아는 한·EU FTA(자유무역협정)가 발효되기 전에 관세 인하분(2.4%)을 미리 차값에 반영했다. 국내 수입차 업체 중 처음이었다. 볼보가 차값을 내린 규모는 평균 1.4%(차종별로 52만~112만원)에 불과했지만, 6월 판매는 전달보다 37.5%나 늘었다.
한·EU FTA가 발효된 지난 1일 전후에는 볼보뿐 아니라 유럽 자동차 업체 대부분이 잇따라 자동차 판매 가격을 1~2% 안팎 낮추면서, 유럽산(産) 자동차가 'FTA 효과'에 힘입어 국내 수입차 시장 장악력을 더욱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선제적인 가격 인하로 'FTA 효과'
상반기 수입차 시장은 이미 유럽산 자동차가 '대세'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입차 판매량 5만1664대 중 유럽산은 3만9124대로 수입차 가운데 시장점유율 75.7%를 기록했다. 또 상반기 브랜드별 수입차 판매 상위 5개 업체 중에서도 1~4위가 유럽차였다.
여기에 FTA 효과가 더해지면 올 하반기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수입차 시장점유율을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 FTA가 발효되기 전인 5월 말~6월 초 선제적으로 가격 인하에 나선 볼보·메르세데스벤츠·푸조 등은 6월에 지난 5월보다 더 우수한 실적을 거두었다.
특별히 신차를 내놓은 게 아닌데도 가격을 선제적으로 낮추자 판매량이 37.5%가 늘어난 볼보코리아 오정준 이사는 "FTA 효과가 구체적으로 얼마인지 계산할 수는 없지만, 가격 인하 발표 후 전시장마다 전화 문의와 방문자가 늘어나는 등 FTA 효과가 6월 실적에 크게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푸조는 5월 말 관세 인하분을 반영해 1.5%가량 가격을 낮춰 신차 뉴508을 내놓으면서, 6월 전체 판매량이 317대로 5월(184대)보다 72.3% 늘었다. 벤츠도 6월 초 신형 C클래스를 출시하며 모든 차종 가격을 평균 1.3% 안팎 낮춘 후 지난달 1743대를 팔아 5월(1449대)보다 판매량이 20.3% 늘어났다.
벤츠코리아 박주혜 상무는 "신차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매우 좋았고, FTA에 따른 가격 인하 후 차를 구입하려는 대기 고객이 적지 않은 등 FTA 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FTA 효과는 가격보다 소비심리에서 나타나
자동차 업계에서는 FTA로 인한 가격 인하가 그 자체로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다수다. FTA 발효로 배기량 1500㏄를 초과하는 유럽차 관세가 8%에서 5.6%로 낮아졌지만, 판매 가격에 부가가치세 등이 따로 붙는 것을 감안해 각 업체들이 실제 소비자 구입 가격은 평균 1.5% 안팎 내렸기 때문이다.
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전무는 "FTA로 자동차 가격이 크게 싸지는 것은 아니지만, 유럽차 업체가 FTA로 인한 가격 인하 정책을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해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전략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FTA는 수입차 가격이 떨어지고 다양한 차량이 들어온다는 소식 그 자체로 소비자들에게 '수입차는 비싸고 구입하기 어렵다'는 심리적 저항을 풀어주는 효과를 주는 셈"이라며 "하반기에도 큰 변수가 없는 한 유럽차들의 선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