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해병대원들

'해병대 총기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해병대 2사단 김민찬(19) 상병의 실명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무고한 동명이인들이 잇달아 '온라인 신상 털이'에 시달리고 있다.

신상 털이란 네티즌들이 특정인물을 지목해 미니홈피 등에 몰려가 악성댓글을 달고,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행동이다.

9일 조선닷컴의 확인결과, 최소한 4명 이상의 동명이인이 신상 털이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네티즌들은 김 상병의 이름과 나이를 토대로 해당 미니홈피를 검색해 들어가 신상 털이를 시도했다.

'해병대 총기사건의 김민찬'으로 지목된 한 네티즌은 공교롭게도 미니홈피에 해병대에 근무하고 있다는 정보가 공개돼, 신상 털이를 당했다. 미니홈피 제목 또한 '1125기 김민찬'으로 되어 있고, 해병대 합격통지 사진마저 걸려 있어 오해를 샀다. 사건이 일어나자 그의 미니홈피에는 "총기사건 너냐? 강화도라는데?", "민찬아, 놀랐다", "사람들이 너인 줄 알고 홈피 터지려고 한다" 등이 글이 올라왔다. 그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총기사건 저 아닙니다. 동명이인입니다. 이런 XX"라는 소갯글을 올렸다.

해병대가 아닌 또 다른 동명이인 '김민찬'의 미니홈피도 신상 털이를 당했다. 그는 자신의 미니홈피 제목을 아예 "해병대 저 아녜요.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라고 달았다. 그의 사진은 '해병대 김민찬 상병'이라며 인터넷 공간 등에 소개되기도 했다.

해병대 총기사건이 벌어진 지 이틀 뒤인 지난 6일 그는 "제발 쓰레기, 살인마, 넌 안 죽니 이런 글 쓰지 마세요. 김민찬 상병 아닌 거 알면서도 (악성 댓글을) 써 놓는 것은 사람 두 번 죽이는 일"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어 "죄 없는 사람 사진 퍼가서 인터넷사이트에 올리면 전 어떻게 되는 거냐"면서 "댓글, 방명록에 달린 악성 글을 총 1700개는 지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홈피 테러하지 마세요. 진짜 죽고 싶어요"라는 글도 함께 올렸다. 또 다른 '김민찬'의 미니홈피도 "내가 안 했어", "내가 안 죽였어"라는 글이 올라와 신상 털이를 당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사진은 '해병대 총기사건의 김민찬'으로 지목된 한 네티즌의 미니홈피 캡처화면.

한 동명이인은 자신이 해병대와 관련이 없는데도 방문자를 올리기 위해 해병대 로고를 미니홈피에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병대 특수'라는 글도 함께 올렸다.

국내에서는 최근 잘못된 신상 털이로 인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지하철에서 노인에게 막말을 퍼부은 '지하철 막말남' 사건의 경우, 주인공이 한양대학교 학생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온라인에서 퍼지면서 한양대가 온종일 항의전화에 시달렸고, 서울의 한 여중생은 귀가 중이던 초등학생의 다리를 걷어차 다치게 한 '초등학생 로우킥녀(女)'라는 오해를 사 홈페이지를 공격당하기도 했다.

사진은 신상 털이를 당한 해병대가 아닌 또 다른 동명이인 '김민찬'의 미니홈피 캡처화면.

한편 국 당국의 조사결과 해병대 총기사건의 김 상병은 사건 당일(7월 4일) 평소 자신에게 선임 대접을 해주지 않은 후임병이 선임병과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소외된 기분에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김 상병은 자신이 '기수 열외'라는 집단따돌림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기수 열외 대상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지난 8일 사단 의무대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는 김 상병은 치료를 마치는 대로 신병처리가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