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 STX그룹이 세계 2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하이닉스 인수전에 공식 참여했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8일 "하이닉스 인수의향서(LOI)를 마감한 결과, SK와 STX 두 그룹이 LOI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SK그룹에선 SK텔레콤 단독으로 인수전에 참여하며, STX그룹은 지주사 STX와 중동 아부다비 국부펀드가 컨소시엄을 만들어 하이닉스 인수에 나섰다. 하이닉스는 1983년 현대전자로 출발했으며 1999년 LG반도체를 흡수 합병한 후 2001년 옛 현대그룹에서 분리돼 채권단 관리로 넘어갔다. 이번 매각이 성사되면 하이닉스는 10년 만에 새 주인을 찾는다.
의향서를 제출한 두 그룹은 모두 사업다각화를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를 인수 목적으로 내세웠다. SK그룹은 "통신 분야가 가입자 포화현상으로 성장 한계에 부딪히면서 그룹 내부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왔다"며 "반도체사업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7년째 매출 12조원 안팎에서 성장이 정체돼 있다.
이종철 STX 부회장은 "사업구조가 조선·해운에 집중되다 보니 경기사이클에 따라 사업부침이 너무 심했다"며 "조선·해운과 다른 경기사이클을 가진 반도체 사업으로 사업다각화를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하이닉스 보유지분 15% 중 7.5% 이상과 전체 주식 10% 이내의 신주를 발행해 인수기업에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신주를 발행하는 이유는 신주 인수대금이 하이닉스 사내 유보금으로 쌓여 인수를 한 기업이 그 자금을 시설투자금 등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닉스 인수 예상가는 최근 반도체 불황으로 올 초 전망치보다 1조원 정도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노무라금융투자는 "채권단 지분과 신주를 포함한 15% 안팎을 인수하는 데 2조5000억원 안팎(최소 2조3400억원~최대 2조7400억원)이 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STX의 경우 인수대금의 절반은 재무적 투자자(FI)인 중동 아부다비 투자청 산하 펀드에서 부담한다. 따라서 STX가 담당해야 할 인수대금은 예상가의 절반인 1조2500억원 안팎이다. 7월 현재 STX 그룹 전체의 현금성 자산은 3조원. STX는 "알짜 계열사 중 일부를 매각할 계획을 잡고 있는 등 하이닉스 인수를 위해 은행에 빚을 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SK그룹에선 SK텔레콤 단독으로 하이닉스 인수전에 나서기 때문에 나머지 그룹 계열사 부담은 없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SK텔레콤은 3월 말 기준으로 현금(단기금융상품 포함) 1조5000억원을 보유하는 등 현금 흐름이 좋아 대규모 차입금이 필요하지 않다"는 분석 자료를 냈다.
시장에선 하이닉스 인수 기업은 설비투자비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도체는 거대 장치산업이어서 연간 3조원 이상의 설비투자 비용이 든다. 하이닉스의 경우 작년과 올해 설비투자액은 각각 3조4000억원, 3조500억원이다.
하지만 SK와 STX 측은 모두 "하이닉스가 반도체를 팔아 그 이익금으로 설비투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정도로 경쟁력이 좋아졌다"면서도 "인수협상 과정에서 합리적인 가격 이상의 '막무가내식 고액 베팅'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그룹은 이달 중 하이닉스 실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외환·우리은행 등 하이닉스 채권단은 다음달 말 본입찰을 실시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10~11월 매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