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펼치고 있는 복지 정책에 대해 '그리스의 300전사'론을 펼쳤던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번에는 선심성 복지정책을 '포크 배럴(Pork barrel)'이라는 생소한 용어를 써가며 비판했다.

박재완 장관은 6일 외신기자클럽 초청으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오찬 간담회에서 "'포크 배럴'에 맞서 재정건전성을 복원하고 재정지출을 지속가능한 범위 내에서 관리하는 등 재정규율을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포크 배럴'은 미국에서 19세기에 사용됐던 돼지고기를 담아 놓는 통으로 흔히 미국 의회정치의 구태를 비난할 때 사용되는 용어다. 정치인들이 지역구 선심사업을 위해 정부의 예산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는 모습이 마치 노예들이 포크배럴에 담겨 있는 돼지고기를 차지하기 위해 달려드는 것과 같다며 비아냥거리는 의미다.

박 장관의 발언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재정지출 요구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장관은 지난 6월 재정부 장관 취임사에서도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후죽순의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 레오니다스가 이끌던 300명의 최정예 전사처럼 테르모필레 협곡을 굳건히 지켜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박 장관은 이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항의로 곤욕을 치뤘다. 지난달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취임사에서 스파르타 비유를 했는데 그럼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페르시아 왕이고, 민주당 의원들은 페르시아 군대냐. 이명박 대통령은 그리스 왕이냐"며 "왜 국회와 야당 의원을 적대시하는 그런 발언을 했느냐"고 질타했다.

이에 박 장관은 "결연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은 복지는 무책임한 포퓰리즘으로 반대한다는 뜻"이라고 해명했지만 여당 의원들까지 나서 "비유가 너무 심했다"며 비판했다.

박 장관의 이번 '포크 배럴' 발언 역시 '너무 과도한 비유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를 확대 해석할 경우 현직 장관이 국회의원을 노예에 비유하며 비아냥거린 것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특별히 국회만을 놓고 사용한 표현이 아니라 정부를 포함해 나랏돈을 가지고 특정 영역에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쓰는 정책을 비유하는 말"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