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일 시행되는 복수노조제를 앞두고, 민주노총이 장악해온 일부 사업장에서 민노총에 반대하는 신규 노조 설립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정리해고에 반발한 조합원의 분신 자살 등으로 파업 홍역을 겪은 구미 KEC의 비상대책위원들은 다음 달 1일 '실용노조'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과거 민노총 소속이었다. 비대위 관계자는 23일 "450여명으로부터 노조 가입 원서를 받았고 7월 1일 아침 일찍 구미시청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할 것"이라며 "민노총 관계자들과 몸싸움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노조가 설립되면 조합원 160여 명의 현재 노조는 소수 노조로 전락해 사측과의 교섭권까지 잃게 된다.
지난 2006년 노조 설립과 동시에 민노총에 가입했던 경기도 시흥의 프레스 제작업체 P사도 온건 노조 설립이 예정돼 있다. 새 노조 설립 추진 세력은 "민노총의 강경 노선에 반대하는 노조원들을 모아 다음 달 곧바로 과반수 새 노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소속 노조 사업장에도 민주노총 지지세력의 새 노조 설립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2일 전국항운노조연맹 등 한국노총 산하 19개 산별노조는 복수노조를 반대한다는 서명안을 한나라당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노동계가 복수노조 자체를 금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기존 노동조합 간부의 기득권 보호에 급급한 행태"라고 밝혔다.
기업들도 현장 상황을 점검하는 등 긴장하는 모습이다. 삼성그룹의 한 노무담당 간부는 23일 "그룹 전체 직원이 20만명, 삼성전자 직원만도 10만명에 달하는데 두 명만 모이면 만들 수 있는 노조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복리후생을 강화해 노조가 만들어지더라도 조합원 확보가 어려운 환경을 만들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설혹 파업을 하더라도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 민노총 산하 노조 가운데 조합원 수가 많은 곳은 아직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민노총 탈퇴를 내건 기아차노조 내 분파도 "민노총 탈퇴 공약을 걸고 선거에서 이겨야지 노조를 깨고 나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사업장에도 복수노조가 생기는 것은 결국 시간 문제일 것으로 노동계는 전망하고 있다.
복수노조제도의 최대 쟁점인 '교섭 창구 단일화'를 둘러싼 논란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교섭 창구 단일화'는 노조원의 과반수를 확보한 노조에 교섭 대표권을 주고, 과반 노조가 없을 경우 단일화 절차를 통해 공동 교섭 대표단을 꾸리는 것이다. 노동계는 "소수 노조의 교섭권을 제한하는 위헌적 조항"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경영자총협회 등 사측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소수 노조들과 모두 교섭해야 한다면 '1년 내내 교섭 중'이 되고 노조 간 선명성 경쟁으로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고용부는 "교섭 창구단일화는 미국·프랑스 등 대부분의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합리적 제도"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