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국계 은행 서울지점(이하 외은지점)들에 대해 김치본드(국내에서 발행하는 외화표시 채권) 인수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발행한 김치본드를 일부 외은지점들이 인수하기 위해 본점(本店) 차임금을 늘리면서 단기 외채가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일 기획재정부한국은행에 따르면, 외은지점이 인수하는 김치본드를 사실상 외화대출의 변종(變種)으로 규정하고 한은 규정을 개정해 이를 규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외국환거래법과 한은 외화대출 취급 지침에서는 중소기업 시설자금 대출을 제외한 원화 용도 외화대출과 외화표시 사모(社募)사채 발행은 금지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이 김치본드와 같은 외화표시 채권을 보유하는 것을 규제할 수 있도록 한은 규정을 개정해달라는 정부측의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재정부 관계자 역시 “김치본드 발행 규제를 위해 한은과 규정 개정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 당국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발행된 김치본드 60억달러 가량 중 3분의 2 이상이 원화로 환전해 사용하기 위해 발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계 은행 지점을 중심으로 한,두개 은행이 발행된 김치본드를 전량 인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모(公募) 투자 형식을 거쳤으나 사실상 사모 투자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김치본드를 발행한 상당수 기업들이 일본계 은행으로 부터 국내 금리수준 보다 낮은 이자로 자금을 빌려 기존 대출금을 갚거나 운영자금으로 썼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김치본드를 통한 외화대출이며, 안정적인 외채 관리를 위해 외화대출을 억제한 정부 방침에 어긋난다는 게 당국의 관점이다.

정부는 현재 외화 자산을 취득하기 위해 공모 형태로 투자 받은 김치본드만 발행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김치본드는 항공기, 선박, 원유 등을 구입하거나 해외 투자에 필요한 외화를 마련하기 위해 실수요 용도에 한해서만 발행을 허용하겠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이를 위한 규제방안을 한은 등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정부측 요구에 대해 한은은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별도 규정 개정 없이 개별 은행에 대한 창구지도만으로도 원화 용도 김치본드 발행을 규제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의 투자 활동에 지나친 규제를 할 경우 국제적 논란이 될 수 있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은 조만간 한은이 은행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조사 결과를 넘겨 받아 김치본드 규제 방안을 본격 논의할 방침이다. 이르면 이번 주 중 규제방안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