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 일반 카메라처럼 흔들리지 않고 좋은 사진을 얻으려면 자동초점(AF·Auto Focus) 기능이 제일 중요합니다. 우리가 만드는 'AF 구동 칩'이 바로 이런 역할을 합니다."

반도체 설계기업 동운아나텍의 김동철(53·사진) 사장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팔린 1억대 이상의 휴대폰에 우리가 만든 AF 칩이 들어가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노키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휴대폰 제조사가 이 회사의 고객이다.

동운아나텍은 이름이 많이 알려진 회사는 아니다. 지난해 매출이 203억원에 불과한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에는 공장이 없고 사무실만 있다. AF 칩 설계를 전문으로 하며, 생산은 직접 하지 않고 전문 업체에 맡긴다.

이 회사 직원은 75명. 60% 이상이 연구개발직이다. 김 사장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고객이 주문한 시기보다 늦게 제품을 공급한 적이 없어 고객에게 깊은 신뢰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속도 전쟁이 한창인 휴대폰 시장에서 경쟁사보다 단 하루라도 먼저 제품을 공급한다는 원칙은 100% 국내 설계와 국내 생산 전략 때문에 지킬 수 있었다.

동운아나텍 제공

동운아나텍은 미국 아날로그디바이스, 일본 롬(Rohm) 같은 유명 반도체 기업과 당당히 경쟁하면서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 김 사장은 "경쟁사들은 여러 가지 제품을 만드는 대기업이지만, 우리는 한 가지에 죽자사자 매달리는 전문 회사"라면서 "0.01㎜만 크기 차이가 나도 설계를 통째로 바꿔야 하는 휴대폰 부품 시장에서 경쟁사 대비 10% 이상 크기가 작은 것이 우리 칩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독문과 출신인 김 사장은 학창시절까지만 해도 반도체가 뭔지 모르는 문외한이었다. 그러다 1982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 입사하면서 이 분야에 눈을 뜨게 됐다. 5년간 대기업에 근무하며 PC산업의 태동과 함께 반도체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것을 목격하고 반도체 수출 유통업에 뛰어들었다.

"20년 넘게 남이 만든 반도체만 갖다 팔았지만, 언젠가 내 제품을 가지겠다는 꿈은 계속 가지고 있었습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10년 가까이 여러 번 실패를 거듭한 끝에 드디어 휴대폰 AF 칩에서 결실을 봤죠."

우리나라 대기업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는 것처럼 동운아나텍이 다양한 비(非)메모리 분야에서 주목받는 강소기업으로 커가는 것이 김 사장의 꿈이다. 동운아나텍은 지난 2006년 반도체 유통회사 동운인터내셔널에서 분사해 출발했다.올해 목표는 매출 320억원, 영업이익 60억원이다.

김 사장은 "올해는 스마트폰 보급 확산에 힘입어 생산량을 40% 이상 늘릴 것"이라며 "미국·일본의 거대 기업과 경쟁하는 AF 칩 시장에서 확고한 1등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