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통기타 1세대인 '쎄시봉(C'est si bon) 친구들'. 1960~70년대 생맥주, 청바지 문화를 주도한 그들이 옛 감성을 자극하며 잔잔한 돌풍을 다시 몰고 왔다. 쎄시봉 친구들은 영원한 '젊은 오빠'로 여겨졌지만 어느새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등도 모두 60대에 접어들었다. 얼굴에는 세월의 주름도 잡혔다. 이들의 노래에 열광하던 또래들인 '쎄시봉 세대'(50~60대)도 어느새 은퇴했거나 은퇴를 목전에 두고 있다.
쎄시봉 세대는 자녀 양육은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집 한 채와 다소간의 여유자금을 갖고 있어 노후에 문화생활을 할 정도의 여유를 가진 경우가 많다. 하지만 평균 수명이 길어진 지금 쎄시봉 세대는 적어도 20년을 내다보고 남은 삶을 설계해야 한다. 재테크 전략을 갖춘 쎄시봉 세대만이 제2의 인생을 즐기며 여유로운 늘그막을 즐길 수 있다. 그들이 새겨들어야 할 은퇴 이후의 재테크 전략을 살펴본다.
①높은 수익률보다 안정적 운용이 중요
무엇보다 쎄시봉 세대는 공격적인 투자보다 안정적인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 펀드 같은 투자자산을 예금 같은 안전자산으로 조금씩 옮겨 담아야 안정적인 노후에 대비할 수 있다. 은퇴 후 다른 수익이 없다면 원금보장성 자산에 가입해 이자를 받는 방법이 가장 무난하다. 펀드 같은 투자상품을 선택할 때도 고수익보다는 리스크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쎄시봉 세대는 부동산에 투자해 짭짤한 재미를 본 세대다. 대체로 전체 자산 중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0~80% 이상이다. 하지만 부동산 가치가 예전만 같지 않고 노후에는 부동산 관리가 번거롭기 때문에 부동산을 현금자산으로 조금씩 바꿀 필요가 있다. 조완제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장은 "은퇴 이후에는 만약의 경우에 상당한 현금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유동성 확보가 필수"라고 말했다.
②연금상품은 반드시 가입해야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에 가입해둔 쎄시봉 세대는 은퇴 후 매달 받게 될 수령액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만큼 연금상품에 가입해두는 게 좋다. 은퇴하기 전까지 수억원 이상의 목돈을 마련했다면 일시납 즉시연금 가입도 생각해봄직하다. 거액을 일시에 맡기면 평생 또는 본인이 원하는 기간 동안 연금을 받을 수 있어 노후 대비에 안성맞춤이다.
은퇴할 시점이 몇년 남았다면 은행에서 판매 중인 연금예금에 드는 것도 방법이다. 일정기간 적금처럼 불입한 후 만기일에 연금으로 자동 전환된다. 우리나라는 퇴직자 소득에서 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4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7% 낮다. 전문가들은 은퇴 이후 기대수명을 고려하면 지금의 연금소득으로는 미래의 소비 지출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연금 투자 금액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연금에 들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현금이 필요하다. 정성진 국민은행 청담PB센터 팀장은 "은퇴하기 전부터 생활비의 70~80%가량을 노후 자금으로 모아야 하며, 배우자가 사망해 혼자 된 경우는 50% 수준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③제2의 취업을 준비해야
쎄시봉 세대는 직전 세대보다 수명이 훨씬 길어진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장수가 축복이 되려면 오래 일할 수 있어야 한다. 1955년생인 은행 지점장 출신 김모씨는 2008년 명예퇴직하고 계약직으로 2년 더 일하다 지난해 은행원 생활을 마무리했다. 남들은 은행 지점장 출신이니 모아놓은 재산이 있을 줄 알지만 퇴직금 긁어모아 사둔 8억원짜리 집 한 채 외에는 자산도 없다. 아직 취업하지 못한 두 아들 뒷바라지도 해야 하는 처지다. 김씨는 퇴직 후 6개월 동안 100여곳에 지원한 끝에 미소금융 컨설턴트(지점장)로 재취업했다. 월급(200만원)이 은행원 시절보다 훨씬 적지만 만족스러운 편이다.
김인응 우리은행 투체어스 잠실센터장은 "소득이 적더라도 아무 수입도 없게 되는 완전 은퇴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가장 훌륭한 재테크"라고 말했다. 회사에는 정년이 있더라도 경제활동에는 정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 만큼 퇴사나 은퇴 이후에도 또 다른 방식의 경제활동을 이어가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④상속의 미련을 버리자
집 한 채와 현금 2억~3억원 정도. 대체로 쎄시봉 세대가 가진 재산이 이 정도다. 은퇴 후 30년을 소득 없이 살려면 집을 유산으로 남기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일찌감치 자녀와 상의해 주택연금(역모기지론)에 가입하면 노후 걱정을 덜 수 있다.
굳이 상속을 해주고 싶은 쎄시봉 세대라면 사전 증여를 활용해 장기적으로 상속세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사망하면 자녀에게 '세금폭탄'만 안겨주게 된다. 전문가들은 10년 단위로 미리 조금씩 상속하면 한꺼번에 상속했을 때보다 20~30% 이상 상속세를 덜 내도 된다고 조언한다.
쎄시봉 세대는 자녀들을 결혼시켜야 하는 사람들이다. 결혼자금을 보태주기 위해 노후자금 일부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과다한 결혼비용을 지원하면 노후자금 재원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그에 따라 자녀가 부모의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면 자녀 사랑이 자녀 부담으로 바뀌는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