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몸 왼편이 마비된 정모(62)씨는 요양보호사(이하 보호사)들이 시켜주는 목욕을 거절하기 일쑤다. 2주 동안 몸을 씻지 않은 적도 있다. 목욕을 자주 하지 않는 이유는 여성 보호사가 목욕을 시켜주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씨는 "아픈 처지지만, 나도 남자인데 알몸을 보이는 것이 수치스러워 여성이 도와주는 목욕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정씨는 요양보호센터 3군데를 수소문한 끝에 어렵게 남성 보호사를 찾았다.

보호사들 가운데 남성이 여성보다 턱없이 적어 목욕 등 각종 수발에서 남성 장애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1년 전국의 보호사 가운데 남성은 8만6564명으로 여성(92만333명)의 1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격차는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남성 보호사가 귀하다 보니 남성 장애인을 여성 보호사가 목욕시키는 일이 흔하게 벌어진다. 감덕호(60) 요양보호사는 "여성 장애인을 남자가 씻긴다고 하면 난리가 날 텐데 반대의 상황에는 왜 모두들 침묵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남성 보호사가 적은 것은 낮은 임금 수준이 주된 원인이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의 2010년 조사에 따르면 방문 요양보호사 절반이 월 60만원 이하의 급여를 받았다. 요양보호사 이모(57)씨는 "봉사한다는 생각 없이는 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나누리 요양보호센터장 이강미(여·48)씨는 "요양보호사가 집안일까지 돌봐줘야 하는 현행 방문요양제도에서는 요양보호센터들이 남성보다 여성을 선호하고 채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남자 자원봉사자들이나 공익근무요원들이 모여 남성 장애인들의 목욕을 돕는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김진희(여·30)씨는 "나이가 많거나 몸이 불편하면 이성에게 보이는 것에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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