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자도 넘기 어렵다는 은행 취업 문턱을 갓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고등학교를 졸업할 예정인 학생 20명이 한 번에 뛰어넘었다.
IBK기업은행은 12일 "올 상반기에 130명의 은행 지점 창구 직원을 채용하면서 특성화 고등학교 졸업자(졸업 예정자 포함) 20명을 뽑았다"고 밝혔다. 이장섭 기업은행 인사팀장은 "1997년 외환위기 후 고졸 출신 여사원을 은행에서 20명씩 한꺼번에 뽑기는 기업은행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1998년 외환위기 전까지 은행 창구 텔러는 '여행원(女行員)'이라는 이름으로 주로 실업계 고교 출신들의 몫이었다. 6월 초 현재 기업은행 전체 직원 1만227명 가운데 고졸 출신이 3033명일 정도로 과거 상고(商高) 출신 직원들의 비중이 상당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후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고졸사원 자리마저 4년제 일반 대학 졸업자가 메워나갔다. 시중의 다른 은행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고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2010학년도 79%)이 세계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대형 금융회사인 기업은행의 고졸 신입사원 단체 채용은 이례적인 일이다.
기업은행이 이런 채용을 시작한 것은 조선일보와 기업은행이 청년 취업을 위해 공동으로 운영해온 중소기업 취업 전문 사이트 '잡월드(jobworld.chosun.com 또는 www.ibkjob.co.kr )'가 계기가 됐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작년 12월 잡월드 운영을 위해 서울여상과 양해각서(MOU)를 맺으면서 2명의 고교 졸업생을 은행에 채용했는데 영업점의 평가가 좋았다"며 "조준희 행장 역시 '상고 출신 인재들의 명맥이 끊겨 안타깝다'며 채용을 적극 독려해 단체 채용이 이뤄지게 됐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측은 이번 채용에 앞서 잡월드 홈페이지에 직원 모집 공고를 내고 관련 학교들에 협조를 당부했다. 이번 채용에는 전국 80개 특성화고에서 총 302명이 응시해 열띤 경쟁을 벌였다. 합격자 20명은 모두 여학생으로 서울여상과 천안여상, 인천여상 등 20개 학교에서 각 1명씩 선발됐다. 이들 합격자는 13일부터 3주간 직무 연수를 받고, 7월 4일부터 영업점 근무를 시작한다. 시험에 합격한 천안여상 최솔희(18)씨는 "학교에서 유명 인사가 됐다"며 "당당한 은행 직원의 한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인재가 되겠다"고 말했다.
창구 텔러는 계약직이지만 기업은행을 기준으로 신입 연봉이 2450만원이고, 2년 차를 넘기면 전체의 85%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 안정적인 직장생활이 가능하다. 무기계약직이란 특수한 사정이 없으면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되는 직원을 말한다.
기업은행측은 "앞으로 신입 창구 텔러를 채용할 때 일정 비율을 할당해 고졸 인력을 계속 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