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회사인 대형마트 홈플러스는 지난해 1000만달러였던 유럽산 제품의 판매 규모를 올해 2200만달러(240억원)로 늘리기로 했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내달 1일 발효되면 현재 EU에서 수입되는 물품에 부과되는 8~40%의 관세가 즉시 혹은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이 기회에 값이 내려간 유럽산 제품을 들여오자는 계획이다. 이탈리아산 냉동피자와 프랑스산 치즈, 아이스크림 등이 수입확대 물품들이다.

밀폐용기 전문기업 락앤락은 올해 유럽시장 매출목표를 지난해보다 800만달러 늘려 2500만달러로 잡았다. FTA 발효로 현재 6.5%인 유럽지역 수출관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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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가구업체인 이케아(IKEA)는 연내 한국 진출을 결정하고, 현재 서울 인근 직영점 부지를 물색 중이다. 이케아는 유럽 현지에서 3인용 소파를 300유로(약 47만원) 수준에 판매하는 등 실속형 가구로 유명하다. 가구업계는 이케아가 한·EU FTA로 관세인하 혜택까지 얻을 경우 국내 시장을 빠르게 점령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오는 7월 한·EU FTA 발효를 앞두고 유럽산 와인·치즈 같은 소비재 업체와 한국 자동차·기계 업체들 사이에선 이미 상대방 시장 진출을 확대하려는 경쟁이 뜨겁다.

◆"100원이라도 유럽산 제품 가격 내리겠다"

대형 마트업계에서는 유럽산 가공식품의 판매를 늘리려는 계획을 '100원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유럽산 가공식품의 경우 현재 평균 8% 수준인 관세가 5년에 걸쳐 조금씩 떨어지기 때문에 당장 가격인하 요인이 적다. 그럼에도 대형마트 관계자는 "유럽산 제품 가격을 단 100원이라도 내리면 소비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산과 캐나다산 냉동 삼겹살을 취급해온 이마트는 7월 중에 벨기에산을 들여온다. 이마트 관계자는 "현재 삼겹살 가격은 100그램(g)당 3000원에 육박하고 있으나, 벨기에산 삼겹살은 현재 가격의 3분의 1 수준으로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와인 수입 업계는 최근 3년간 칠레산 와인에 수입량 1위 자리를 내줬던 프랑스·이탈리아 와인이 한·EU FTA를 계기로 가격 경쟁력을 회복, 선두를 탈환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롯데마트의 경우 내달 초 프랑스 등 유럽 와인 20만병 가량을 이전보다 30~40% 싸게 파는 행사를 진행한다. 트윈와인은 7월부터 프랑스·스페인 등 유럽산 와인 특별 할인행사를 실시한다. 프랑스 와인 '크루즈 생테밀리옹'의 경우 기존 7만7000원에서 6만6000원으로 1만1000원 할인 판매한다.

하지만 명품 브랜드와 위스키 업계는 여전히 FTA 무풍지대로 남아 있다. 구찌·에르메스·샤넬 등 명품 브랜드는 "FTA가 발효됐다고 해서 가격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명품가방·옷·화장품 등은 8~13% 정도의 관세율이 사라진다. 품목별로 즉시 철폐 혹은 5년 내 철폐 조건이다. 한 명품업체 관계자는 "지금 명품들이 너무 대중화된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높은 가격대의 제품을 선보이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위스키 업계는 FTA 발효를 앞두고 오히려 가격을 올렸다. 디아지오코리아는 1일부터 조니워커와 싱글톤의 출고가격을 최대 9% 올렸다. 이 회사 관계자는 "조니워커 시리즈는 2006년 이후 한 번도 값을 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유럽시장 진출 진행 중

수출업계에선 자동차 부품업계가 한·EU FTA 발효를 앞두고 가장 활발하다.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는 올 4월 독일 폴크스바겐과 2100억원 규모의 브레이크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만도의 박종철 상무는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자동차의 핵심부품인 브레이크를 우리에게 조달키로 한 데에는 품질경쟁력과 함께 FTA로 인한 가격경쟁력도 염두에 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산 완성차의 유럽수출도 늘어날 전망이다. 유럽에 수출하는 배기량 1500㏄ 초과 승용차는 현재 10%인 관세가 3년간 단계적으로 내려가 2014년에는 완전히 사라진다. 유럽에 수출되는 국산차의 가격이 10% 싸지는 셈이다. 현대차 싼타페 2.2 4륜구동 자동변속기 모델은 현재 영국에서 2만5295파운드에 팔리고 있으나 2014년 관세가 완전히 사라지면 약 2만3000파운드 수준으로 가격이 낮아진다. 현대차 관계자는 "FTA로 발생하는 관세 인하분을 현지 딜러(대리점)의 마진으로 넘겨줘 딜러들이 현지 상황에 맞게 가격을 낮추거나 마케팅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도 대유럽 수출을 늘리려는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울산시는 덕원산업 등 울산지역 중소업체 6개 기업으로 구성된 유럽 무역사절단을 13일부터 6일간 바르샤바(폴란드), 밀라노(이탈리아) 등지로 파견할 예정이다. 자동차·기계 부품 회사들이다. 앞서 성남시 유럽통상촉진단은 지난달 23일부터 5일간 유럽시장에서 800만달러(90억원) 상당의 수출실적을 따왔다.

EU와 다른 아시아 국가의 FTA 협상 속도를 고려할 경우 한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최소 3년 이상 EU시장 선점 기회를 누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경제연구소 김득갑 연구전문위원은 "이번 FTA를 활용할 경우 한국 제품의 EU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6%에서 2020년 3.0% 이상까지 상승이 가능하다"고 말했다.